14.명시 감상

何嘉會寺丞遣嫁侍兒襲明有詩次韻(하가회사승견가시인습명유시차운)/손적(송)-명시 감상 641

한상철 2020. 7. 24. 14:39

何嘉會寺丞遣嫁侍兒襲明有詩次韻(하가회사승견가시인습명유시차운)-二首其二

 

                                   손적(孫覿)/宋

 

哀蟬已逐夢雲空 (애선이축몽운공) 가여운 매미는 벌써 꿈속에서 구름 낀 하늘을 쫓고

錦字參差在眼中 (금자참치재안중) 아내의 애타는 서신은 들쭉날쭉 눈 가운데 있네

應似桃花貪結子 (응사도화탐결자) 마치 복사꽃이 열매를 탐하는 것처럼

任敎柳絮舞隨風 (임교류서무수풍) 버들개지가 바람 따라 춤 추는 걸 마음에 담지 않네

留春不住無樊子 (류춘부주무번자) 봄은 잡아도 머물지 않아 번소도 없고

隔水遙看有杜翁 (격수요간유두옹) 물 건너 멀리 보니 시성 두보가 보이네

無那丁寧花鳥使 (무내정녕화조사) 정녕 화조사를 어찌할 수 없거니

丁香偸結兩心同 (정향투결량심동) 정향을 훔쳐 두 사람 마음 맺고지고 

 

 

- 錦字: 비단에 수놓은 글자, 곧 아내가 낭군에게 사모하는 정을 담아 쓴 편지. 아름다운 시문(詩文).

- 任敎: 마음에 두지 아니함.

- 留春: 봄을 기다리다. 봄을 잡아두다.

- 樊子: 당대 시인 백낙천(白樂天)의 가기(歌妓) 번소(樊素). 나중에 노래를 잘 부르는 여자의 대명사가 되었다. 白樂天 <春盡日宴罷感事獨吟>에서 "낙천이 병과 더불어 살게 되니, 봄도 번소 따라 한때 떠나버렸네"(病與樂天相伴住 春隨樊子一時歸)라 읊었다.

- 無那: 어찌할 수가 없다(無奈, 無可奈何).

- 花鳥使: 당현종(唐玄宗)이 천하의 미인을 얻으려 파견했던 사자(使者). 조선 연산군 때 미녀를 구하기 위하여 지방에 파견했던 채홍사(採紅使)와 비슷한 사람으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채홍사는 미녀뿐만 아니라, 좋은 말도 뽑아갔기 때문에 채홍준사(採紅駿使)라 했다. 나중에는 채청녀사(採靑女使채홍준체찰사(採紅駿體察使채홍준종사관(採紅駿從事官채홍준순찰사(採紅駿巡察使) 등도 생겨나, 전국을 다니며 용모가 빼어난 여자나 훌륭한 말을 강제로 징발했다. 花鳥使는 나중에 '남녀의 사랑에 관한 일을 심부름하여 주는 사람'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花鳥使가 미녀를 고를 때는 집안이나 신분, 지위와 귀천을 가리지 않고 오직 외모만을 보았다고 한다. 唐代 花鳥使가 나타나면 양가의 규수들은 이들을 피해 달아나기 바빴다. 이들에게 징발되면 궁중에 들어가 비빈(妃嬪)이나 어녀(御女)·채녀(采女) 후궁으로 뽑혀 제법 영화를 누리기도 하지만, 그런 사례는 드물었다. 황제의 눈에 들어 총애를 받기라도 하는 날엔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친지까지 관직을 하사받고 부귀를 누렸지만, 손에 꼽을 정도였다. 대부분은 황제의 얼굴조차 몇 번 보지 못하고 후궁에서 늙어가거나 운이 좋지 못하면, 궁안의 허드렛일이나 하다가 삶을 마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관직에 눈 먼 이들은 딸들을 기꺼이 황궁이나 동궁(東宮)에 바쳐 주변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당시 비서감(秘書監)의 정보사(鄭普思)는 스스로 후궁전에 딸을 바쳐 눈총과 비난을 받았다. 시인이자 관리인 최식(崔湜)은 딸뿐만 아니라, 아내까지 태자에게 바쳐 높은 관직에 올랐다. 이들 외에도 많은 관리들이 딸과 아내를 황실에 바쳐서라도 출세하기를 바랐지만, 여의치 못했다. 집안에 재색을 갖춘 여인이 없거나, 기회가 닿지 않음을 애석해 하면서...

- 杜翁: 시성(詩聖) 두보(杜甫).

- 丁香: 청향나무의 꽃봉오리. 정향나무 또는 그 꽃이나 향.

* 다음블로그 강호음양학에서 인용 수정함.(2020. 7. 24) 

 

* 구영 ( 仇英 ) 의   < 후궁군비도 ( 後宮群妃圖 )> ( 設色絹本 , 217×58cm×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