淚(루)/이상은(당)-명시 감상 860
淚(루)
-눈물
이상은/당
永巷長年怨羅綺(영항장년원라기) 총애 잃은 비빈은 영항에 갇혀 눈물 짓고
離情終日思風波(이정종일사풍파) 여인은 하루 종일 풍파 속에 떠난 임을 생각하네
湘江竹上痕無限(상강죽상흔무한) 상강에서 자라는 대는 눈물의 흔적이 끝도 없고
峴首碑前灑幾多(현수비전쇄기다) 현수산의 석비 앞에서 사람들이 흘린 눈물은 또 얼마인가
人去紫台秋入塞(인거자대추입새) 왕소군은 쓸쓸한 가을 궁을 떠나 변방으로 갔고
兵殘楚帳夜聞歌(병잔초장야문가) 초패왕은 병사들과 고향 노래를 들으며 눈물 흘렸네
朝來㶚水橋邊問(조래패수교변문) 아침 일찍 패수교에 나가서야 알았네
未抵靑袍送玉珂(미저청포송옥가) 저 모든 게 가난한 서생의 이별만 못하다는 것을
* 永巷(영항): 궁중 관서명. 궁인들과 관련된 일을 처리하던 곳으로 죄가 있는 궁녀를 가두거나 유폐시키는 곳을 가리킨다. 한무제漢武帝 때 액정掖庭을 바꿔 감옥으로 만들었다고 전한다. 《사기史記⋅여후본기呂后本紀》에서 ‘呂后最怨戚夫人及其子趙王, 乃令永巷囚戚夫人, 而召趙王(여후가 가장 미워한 것이 척부인과 그녀의 아들 조왕이라 영항령에게 척부인을 가두라 하고 조왕을 도성으로 불러들였다).’이라고 했다.
* 綺羅(기라): 지체 있는 이들이 입는 비단옷 또는 그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킨다. 화려한 삶을 가리킨다. 화려한 휘장을 가리키기도 한다.
* 離情(이정): 이별의 정서. 정욕을 끊다.
* 終日(종일): 하루 종일.
* 風波(풍파): 풍랑風浪.
* 湘江竹(상강죽): 상비죽湘妃竹, 즉 반죽斑竹에 얽힌 고사를 가리킨다. 《술이기述異記》에서 ‘舜南巡, 葬於蒼梧, 堯二女娥皇女英泪下沾竹, 文悉爲之斑, 一名湘妃竹(순임금이 남쪽을 순유하다가 창오에서 세상을 떴는데 요임금의 두 딸 아황과 여영이 흘린 눈물이 대나무를 적셨고 그 무늬가 반점이 되었는데 일명 상비죽이라고도 한다).’이라고 했고, 두보杜甫는 「奉先劉少府新畫山水障歌」란 시에서 ‘不見湘妃鼓瑟時, 至今斑竹臨江活(상수의 여신이 슬을 탈 때는 없던 것이 / 지금은 반죽이 물가에서 자라고 있네)’이라고 읊었다.
* 峴首碑(현수비): 《진서晉書》에서 ‘羊祜卒, 百姓於峴山建碑. 望其碑者莫不流涕(양호가 죽자 백성들이 현산에 비석을 세웠다. 그 비석을 본 사람들이 울지 않는 이가 없었다).’라고 했다.
* 紫臺(자대): 자궁紫宮. 궁궐宮闕. 여기서는 왕소군王昭君의 고사를 인용하여 말하고 있다.
* 兵殘(병잔) 구: 《사기史記⋅항우본기項羽本紀》에서 ‘項王軍壁垓下, 兵少食盡. 漢軍及諸侯兵圍之數重. 夜聞漢軍四面皆楚歌, 項王乃大驚曰: 漢皆已得楚乎, 是何楚人之多也’ 項羽則夜起, 飮帳中. 有美人名虞, 常幸從, 駿馬名騅, 常騎之. 於是項王乃悲歌慷慨, 自爲詩曰: 力拔山兮氣蓋世, 時不利兮騅不逝. 騅不逝兮可奈何, 虞兮虞兮奈若何. 歌數闋, 美人和之. 項王泣數行下. 左右皆泣, 莫能仰視(항왕의 군대가 해하에 방어벽을 세웠는데 병사는 얼마 남지 않았고 식량도 바닥이 났다. 한나라 군대와 제후들의 병력은 항왕을 몇 겹으로 포위했다. 밤중에 한나라 군대가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고 항왕이 놀라 말했다. “한나라 군대가 벌써 초나라 땅을 전부 얻지는 못했을 것인데 어떻게 초나라 사람이 이렇게나 많단 말인가?” 항우는 한밤인데도 일어나 장막 안에서 술을 마셨다. 총애하는 미녀 우희가 항상 곁에 지키는가 하면 언제나 천하 명마 오추마를 타고 다닌 항우가 비통함을 참지 못하고 시를 지어 말했다.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을 만한데 / 때가 도와주지 않고 오추마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구나 / 말이 달리지 않으니 어찌 할까나 / 우야 우야 어찌 하면 좋겠느냐” 노래를 몇 번이나 부르다가 마치자 우희가 답을 했다. 항왕의 뺨 위로 눈물이 비 오듯 흘러 내렸다. 좌우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따라 울며 감히 그 모습을 바라보지 못했다).’라고 했다.
* 㶚水橋(패수교): 패수는 위하渭河의 지류인데 남전藍田 동쪽 진령秦嶺의 북쪽 기슭에서 발원하여 장안長安 동쪽을 거친 뒤 위하로 흘러 든다. ‘㶚橋’는 장안 동쪽 패수 위에 있는 다리로 장안을 출입하는 요로의 하나인데 당나라 때 사람들이 이곳을 헤어지는 장소로 많이 이용했다.
* 未抵(미저): 당해내지 못하다.
* 靑袍(청포): 푸른 도포를 입은 한사寒士, 즉 가난한 서생을 가리킨다.
* 玉珂(옥가): 귀인을 가리킨다. ‘珂’는 말의 안장을 장식하는 옥석玉石을 가리킨다. 《서경잡기西京雜記》에서 ‘長安盛飾鞍馬, 皆白蜃爲珂(장안에서는 말의 안장을 장식하는 것이 크게 유행하여 모두가 큰 돈을 들여 남해에서 나는 대합의 자개로 안장을 장식했다).’라고 했다.
* 이상은李商隱(812 또는 813~약 858); 만당晩唐의 시인으로 자는 의산義山이고, 호는 옥계생玉溪生과 번남생樊南生을 썼다. 시적 성취가 상당하여 두목杜牧과 함께 소이두小李杜로 불렸고, 온정균溫庭筠과 온이溫李로 불렸다.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에 22편의 작품이 실려 수량으로는 네 번째다. 전고를 많이 인용하여 수사주의문학修辭主義文學의 극치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의산시집李義山詩集》과 《번남문집樊南文集》이 있으며, 《이의산잡찬李義山雜纂》도 그의 저작으로 전한다.
[출처] 이상은 / 루(泪)|작성자 들돌 네이버블로그 인용 수정함(2016.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