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과 고립-절해고도(絶海孤島)-2021년 1월초 풍속도
적료(寂寥) 흐른 산하!
창포원 연못에 도봉산이 물구나무 서다!
2021년 1월 초순은 침묵만 흐른다. 코비드 19 창궐로 말미암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5인 이상 회합이 금지 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예년보다 심한 혹한이 우리의 일상을 짓누른다. 관계의 단절, 무력감,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교차해, 너나 할 것 없이 전전긍긍 상태로 몰아넣는다. 인류는 현명하다.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며 희망을 갖자.
1.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
2. 코비드19 환자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유지되어야 한다. 장례절차, 시신처리 문제 등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2021. 1. 8(금) 아침 서울은 영하 18도라 한다. 창포원에 운동 하러 나가니, 아무도 없다. 반 쯤 언 연못에 거꾸로 비친 도봉산 정상부를 운좋게 담았다. 이 시절에 어울리는 시불(詩佛) 왕유(王維)의 명시 하나 올린다.
鹿柴(녹채)
-사슴 울짱
王維(왕유)
空山不見人(공산불견인) 빈산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但聞人語響(단문인어향) 다만 들리는 건 말소리 뿐
返景入深林(반경입심림) 석양은 깊은 숲에 들어와
復照靑苔上(부조청태상) 다시 푸른 이끼 위를 비추네 (번역 한상철)
* 선(禪)의 경지에 들어선 산중 최고의 명시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제1구(起句)가 알짜다. 우선 글이 쉽고, 외우기도 어렵지 않다. 그렇다 하여 뜻조차 쉬운 것은 절대 아니다.
* 녹채; 울짱 채,' 柴' 자는 '채(寨)' 또는 '채(砦)' 자와 서로 통한다. 뜻에 따라 '시(섭, 사립, 울타리 등)'라 읽기도 한다. 여기서는 왕유의 별장을 말한다. 울타리로 쓴 나무가지의 갈라진 부분이, 마치 사슴 뿔처럼 생긴 까닭에서이다. 이 별장 근처에 유명한 망천(輞川) 20경(景)이 있다. 지금의 섬서성 남전현 종남산 자락에 해당한다.
* 반경(返景); 해질 무렵 되비쳐 오는 빛. 석양 또는 저녁 노을, 저녁 햇살 등. '景'자 대신에 그림자 '영(影)'자를 쓰기도 한다.
연못에 물구나무 선 도봉산 정상부
* 절해고도. 사진 설영호 문우가 원양선에 복무하면서 촬영. 동방문학 밴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