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貧女吟(빈녀음)/허초희(조선)-명시 감상 997

한상철 2021. 2. 7. 06:39

빈녀음(貧女吟)

-가난한 여인의 노래

 

     난설헌 허초희/조선

1.

豈是乏容色(개시핍용색) 인물도 남에 비해 그리 빠지지 않고

工鍼復工織(공침부공직) 바느질 솜씨 길쌈 솜씨도 좋건만

少小長寒門(소소장한문)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란 까닭에

良媒不相識(양매부상식) 좋은 중매쟁이가 나서지(알아주지) 않네

 

* 2. 허초희의 시기 아니라는 설이 있음.

不帶寒餓色(부대한아색) 춥고 굶주려도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盡日當窓織(진일당창직) 하루종일 창가에서 베만 짠다네

唯有父母憐(유유부모련) 오직 내 부모님만 가엾다 생각할 뿐

四隣何會識(사린하회식) 어느 이웃이 이내 속을 알아 주리오

 

3.

夜久織未休(야구직미휴) 밤이 깊어도 짜는 손 멈추지 않고

戞戞鳴寒機(알알명한기) 짤깍짤깍 바디 소리 차갑게 울리네

機中一匹練(기중일필련) 베틀에서 짜내는 이 한 필 비단은

綜作何誰衣(종작하수의) 필경 어느 색시의 옷이 되겠지

 

4.

手把金剪刀(수파금전도) 손에 쥔 가위로 싹둑싹둑 마름질 하면 
夜寒十指直(야한십지직) 추운 밤 열 손가락이 곱아진다네 
爲人作嫁衣(위인작가의) 남 위해 시집 갈 옷 지어주지만 
年年還獨宿(년년환독숙) 해마다 이 내 몸은 외려 홀로 잔다네  (번역 한상철)

 

* 감상; 총 4수로 이루어진 연작시다. 개별 聯은 물론, 전체적으로도 起承轉結을 잘 갖추었다. 남을 위해 옷을 짓는 여인의 모습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즉, 자신은 가난 때문에 혼인을 못하는 처지이면서, 생계를 위해 밤이 깊어도 베를 짜는 일은 멈출 수 없다. 추운 밤에 손끝이 시려도 남이 시집갈 때 입을 옷을 바느질해야 하는 여인의 처지를 보여줘, 고르지 못한 사회의 모습을 드러낸다. 제1수, 2수에서는 겨울밤 바느질의 괴로움을 노래하고, 3수, 4수에서는 남을 위해 밤을 새워 하는 바느질과, 자신의 불우한 삶을 대비시켜 표현했다.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불우한 여인의 고달픈 삶을 애상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작가 자신의 불우한 삶과 통하는 시다.

 

[출처] 빈녀음(貧女吟)-허난설헌|작성자 꿈꾸는 섬. 네이버블로그 인용 수정(2013.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