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春日偶吟(춘일우음)/성현(조선)-명시 감상 1,055

한상철 2021. 3. 8. 17:55

春日偶吟(춘일우음)-四首

-봄날에 우연히 읊다

 

            成俔(성현)/조선

二月春寒煖尙遙(이월춘한난상요) 2월의 봄 추위에 외려 따뜻한 기운은 멀어지고

紅英未動杏花梢(홍영미동행화초) 살구나무 가지 끝의 붉은 싹은 느끼지도 못하네
東風一夜吹開綻(동풍일야취개탄) 하룻 밤에 봄 바람이 불자 봉오리 벌어져 열리니

無限韶光遍四郊(무한소광편사교) 아름다운 빛 끝도 없이 사방 들녁에 두루 퍼지네

 

韶光容易去堂堂(소광용이거당당) 아름다운 봄빛은 쉽게도 떳떳이 가버리니

白髮逢之倍斷腸(백발봉지배단장) 흰 머리털이 맞이해 창자는 더욱 끊어지네
老境親朋情意少(로경친붕정의소) 늘그막에 친한 친구들은 정취가 적어지고

看花日月負杯觴(간화일월부배상) 해와 달과 꽃들을 바라보며 술잔을 진다네

 

勸君秉燭接杯觴(권군병촉접배상) 그대에게 권하노니 촛불 쥐고 술잔을 마주하게나

桃李曾無十日芳(도리증무십일방) 복숭아 오얏꽃은 열흘 향기롭다 일찍 없어졌구려
粉蝶似憐春事謝(분접사련춘사사) 흰 나비들 가엾게 보여 봄 일들 져버리고(사라지고)

却隨片片過隣墻(각수편편과린장) 도리어 나풀나풀 물러나 이웃 담장을 넘어간다네

 

杜鵑花發滿林端(두견화발만림단) 두견화(진달래)가 피어나 숲의 끝에까지 가득하니

血色氍毹擁小欄(혈색구유옹소란) 선홍 빛깔 꽃양탄자 담요가 작은 난간을 둘러싸네
若非鶴林奇絶色(약비학림기절색) 만약 학림사의 기이하고 뛰어난 빛이 아니라면

滿堂佳客住應難(만당가객주응난) 집에 가득히 아름다운 손님 응당 머물기 어려우리  (번역 한상철)

 

* 鶴林(학림): 鶴林寺(학림사). 중국 강소성 鎭江市(진강시)에 있던 사찰. 이곳 진달래는 천하의 절경으로 알려져 있고, 그와 관련된 신비한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太平廣記(태평광기) 卷52 神仙(52권 신선)

* 제2수와 제3수는 압운이 같다. 제2수 결구 '杯觴'은 제3수 기구 배상과도 겹쳐 있다.(疊字)

출처; 虛白堂補集(허백당보집) 卷四(4권) 詩(시).

* 다음블로그 돌지둥에서 인용 수정함(2021.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