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夜半睡覺(야반수각)/김시민(조선)-명시 감상 1,063
한상철
2021. 3. 12. 10:23
夜半睡覺(야반수각)
-깊은 밤 잠에서 깨어
김시민(金時敏)/조선
肺病冬常苦 (폐병동상고) 폐병으로 겨울을 지내려니 항상 괴롭고
宵寒未御盃 (소한미어배) 밤이 추워도 술잔으로 다스리지 못하네
已知盈尺雪 (이지영척설) 이미 눈이 한 자 가득 채웠음을 알았으니
先念在龕梅 (선념재감매) 생각은 먼저 감실의 매화나무에 있다네
櫪馬蹄頻鼓 (력마제빈고) 마굿간 말은 발을 자주 따닥 두드리고
窓童鼾卽雷 (창동한즉뢰) 창가 아이 코고는 소리 곧 우레로구나
心明眼故闔 (심명안고합) 밝은 마음으로 오래된 문짝을 보면서
點檢一生來 (점검일생래) 낱낱이 검사하니 한 생명이(생애가) 예 까지 왔구나 (번역 한상철)
* 감상; 또각거리는 말발굽 소리와, 드르렁거리는 아이의 코골이 소리를 뒤로 한 채, 조심스레 문틈에 눈을 붙이는 화자(話者)의 행위 속에 심오한 사유를 함축시켜, 시적 매력이 물씬 풍긴다. 또 폐병으로 골골대는 노시인과, 금세라도 꽃망울을 터뜨릴 매화의 이미지가 겹쳐져, 생(生)에 대한 사유가 한층 절묘한 작품이다.
* 출처; 東圃集卷之六(동포집6권) 詩(시).
* 다음블로그 돌지둥에서 인용 수정(2021. 3. 10)
* 봉은사 백매. 사진 우향 박경하 사진일기 밴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