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夜訪柳連玉(야방류연옥)/박제가(조선)-명시 감상 1,535

한상철 2021. 10. 17. 07:02

夜訪柳連玉(야방류연옥)   

-밤에 류연옥을 찾아가다

 

    朴齊家(박제가)/조선

夜行何蹌蹌(야행하창창) 밤에 가지만 어찌나 질서가 정연한지

澗道多低仰(간도다저앙) 산골짜기 길은 낮고 높음이 겹쳐지네 

餘雪照衣裾(여설조의거) 남아 있는 눈이 옷 자락을 비추는데

棲禽驚屐響(서금경극향) 깃든 새들은 나막신 소리에 놀라네

道見一來者(도견일래자) 길 가다 보니 한 사람이 오는데

或非我㕛生(혹비아우생) 혹시나 나의 벗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

相看久不辨(상간구불변) 서로 바라 보다 오래도록 분별치 못하고

猶自望其行(유자망기행) 오히려 그가 가는 것만 절로 바라 보네

蒼蒼市盡處(창창시진처) 앞길이 아득한 저자 거리 다하는 곳에

惟見一燈低(유견일등저) 오직 보이는 것은 낮은 등불 하나이네 (10)

斗柄當額上(두병당액상) 북두성 자루가 이마에 오를 즈음에는

纖月睨笠西(섬월예립서) 가느다란 초승달이 삿갓 서쪽을 엿보는구나

初更逢柳君(초경봉류군) 초저녁에 류연옥 군자를 만나고 나서

四更尋李子(사경심이자) 새벽 까지 이자수어를 찾네 그려

今宵亦云半(금소역운반) 오늘 밤에 또한 서로 짝하여 이르니

如是歲暮矣(여시세모의) 이와 같이 한 해는 저물어 가는구려

燈燼寒漸墮(등신한점타) 등잔의 깜부기가 점점 차갑게 떨어져도

杯杓猶羅列(배표유라열) 술잔을 끌어 당겨 외려 늘려 벌리네

耳闃忽有籟(이격홀유뢰) 고요하던 귀에 홀연히 퉁소소리 있어

酒醒牎外雪(주성창외설) 술에서 깨니 창 밖에 눈이 내리는구나 (20)

今夜幾人宿(금야기인숙) 오늘 밤에는 머무는 이 몇 사람일까

獨行橋與陌(독행교여맥) 홀로 가도 다리와 두렁길이 함께 하네 

已有先我者(이유선아자) 이미 나보다 먼저 간 사람이 있어

雪上有數跡(설상유촉적) 눈 위에는 발자취가 촘촘히 있다네 (24)  * 數; 촘촘할 촉 (번역 한상철)

 

連玉[연옥] : 柳琴[류금 : 1741~1788] 의 자, 또는 彈素[탄소]이며, 호는 幾何室[기하실] 또는 窄菴[착암]. 조선 후기의 시인이자, 실학자로 연암 학파(백탑파)의 일원.

蒼蒼[창창] : 앞 길일 멀어 아득함.

斗柄[두병] : 북두칠성을 국자 모양으로 볼 때 그 자루에 해당하는 세개의 별.

纖月[섬월] : 음력 초승에 뜨는 가느다란 달.

初更[초경] : 하룻 밤을 5경으로 나눈 첫째 부분, 저녁 7시에서 9시 사이.

* 貞蕤閣初集[정유각초집] 詩[시] 朴齊家(박제가 1750~?)

* 다음블로그 친구 돌지둥에서 인용 수정(2021.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