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秋懷(추회)/황육기(명말 청초)-명시 감상 1,677

한상철 2022. 2. 18. 12:35

秋懷(추회)

-가을의 회포

 

       黃毓祺(황육기/明末淸初)

盡敎車馬入隣扉(진교거마입린비) 수레와 말이 이웃집으로 들어가도 내버려 두고

肯使風塵點素衣(긍사풍진점소의) 흙먼지가 흰옷을 더럽혀도 아랑곳 않지

蕭索鬢邊殘葉落(소삭빈변잔엽락) 스산한 귀밑머리 주변에 남은 잎 떨어지고

蒼茫眼底雜花飛(창망안저잡화비) 아득한 눈에는 온갖 꽃잎 날리네

人生豈可逃饑飽(인생기가도기포) 살면서 어찌 배고픔과 배부름을 벗어날 수 있으랴

天道何從問是非(천도하종문시비) 무엇으로 하늘의 도가 옳은지 그른지 묻나

日夕荷鋤吾事畢(일석하서오사필) 저녁에 괭이 메고 돌아오면 나의 일 마치거니

但愁草盛稻苗稀(단수초성도묘희) 다만 잡풀이 마구 자라 볏모 드물까 걱정일 뿐이네

 

☞ 黃毓祺(황육기/明末淸初), <秋懷(추회)> 

- 盡敎: 내버려두다. 마음대로 하게 하다. 좋을 대로 내맡기다(不管). 

- 蕭索: 생기(활기) 없다. 스산하다. 쓸쓸하다. 적막하다. 

- 鬢邊: 귀밑머리 주변. 

- 饑飽: 배고픔과 배부름(飢飽). 

- 天道(何從問)是非: 하늘의 뜻()은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 가장 공명정대하다고 여겨지는 하늘은 과연 착하고 바른 자의 편인가 아닌가. 세상의 공평하지 못함을 한탄하고 하늘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말이다. 사마천(司馬遷)은 서한(西漢) 무제(武帝)  기록관의 우두머리인 태사령(太史令)이었다. 흉노와 용감하게 싸우다가 중과부적으로 포로가 된 명장 이릉(李陵)을 변호하다가 무제의 노여움을 사 사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정당한 역사를 자신의 손으로 써 남기려는 일념으로 죽음 대신 치욕적인 궁형(宮刑생식기를 자르는 형벌)을 감수한다. 중국 역사서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史記는 이런 각고의 인내와 희생 끝에 탄생한 것이다. <백이열전(伯夷列傳)>에서 司馬遷은 말한다. "흔히 하늘은 정실(情實)이 없어서 언제나 착한 사람 편을 든다(天道無親常與善人)고 하는데 그건 부질없는 말이다이 말대로라면 착한 사람은 언제나 번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어질기만 했던 伯夷와 숙제(叔齊)는 청렴고결하게 살다가 굶어 죽었다70명의 제자 가운데 공자(孔子)가 가장 아끼던 안연(顔淵)은 가난에 찌들어 지게미도 제대로 먹지 못하다가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 하늘이 착한 사람 편을 든다면 이는 어찌 된 까닭인가도척(盜跖)은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간()으로 회()를 쳐 먹는 등 악행을 일삼았으나, 끝내 제 목숨을 온전히 누리고 죽었다. 도대체 무슨 덕을 쌓았기 때문이란 말인가이런 예들은 너무나 두드러진 것이지만 이 같은 일은 일상생활 주변에서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말한 司馬遷 "과연 천도는 옳으냐 르냐"(天道是也非也)고 묻는다. 司馬遷의 이런 외침(絶叫) <백이열전(伯夷列傳)>에 적나라하게 서술되어 있다. 기실 史記 전편(全篇)을 관통하며 큰 울림을 남기고 있는 화두이기도 하다

 https://blog.daum.net/songchen/9756916 참조. 

- 荷鋤: 괭이(호미)를 메다. 

- 稻苗: 볏모.

* 다음블로그 청경우독 해수 경해에서 인용 수정(2022. 2. 18)

 

* 청대 ( 淸代 )  임백년 ( 任伯年 ) 의  < 하서도 ( 荷鋤圖 )>  성선 ( 成扇 ) (1877 年作 ,  紙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