顧城(고성)/이륜(중당)-명시 감상 1,698
顧城(고성)
-성을 돌아보다
李倫(이륜/中唐)
世久荒墟在(세구황허재) 세상은 오래 폐허로 남아 있는데
白雲幾代耕(백운기대경) 흰 구름은 몇 번이나 대신 경작했나
市廛新草綠(시전신초록) 저잣거리의 가게에는 새 풀이 파릇하고
里社故烟輕(리사고연경) 마을 어귀 사당에는 본래의 연기 가볍네
不謹罹天討(부근리천토) 삼가지 않으면 하늘의 징치(懲治)에 걸리고
來蘇豈忿兵(래소기분병) 임금의 은택으로 백성이 살아나니 어찌 분병하랴
誰云殷鑒遠(수운은감원) 누가 본보기 삼을 앞사람의 잘못이 멀리 있다고 했나
今古在人程(금고재인정)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길잡이가 있는 것을
* 荒墟: 버려두어 못 쓰게 된 터(廢墟).
- 代耕: 대신 경작하다. 농사를 짓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생활하다. 관리들이 벼슬하여 녹미(祿米)를 받음.
- 市廛: 저잣거리의 가게.
- 里社: 거리나 마을에서 토지신(地神)을 모신 사당(祠堂).
- 故: 본래, 예로부터. 진실로.
- 天討: 하늘이 악인을 친다는 뜻으로, 덕이 있는 사람이 하늘을 대신하여 악한 자들을 쳐서 없앰을 이르는 말.
- 來蘇: 인덕(仁德)을 갖춘 훌륭한 임금이 나와 그 은택이 두루 미쳐 고달픈 백성이 소생함.
- 忿兵: 조그마한 문제에 한을 품고 그 분을 참지 못하여 군대를 일으키는 것(憤兵). 따라서 분병을 할 경우는 패전하게 됨.
- 殷鑒: 뒷사람이 본보기로 삼아 경계해야 할 앞 사람의 실패나 잘못. ≪시경(詩經≫ <대아편(大雅篇)>에 "은나라 거울은 멀리 있지 않고 하나라 시대에 있다"(殷鑑不遠 在夏后之世)는 구절이 나온다. 나라가 망하는(亡國) 선례는 바로 전대(前代)에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굳이 멀리서 교훈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夏나라 마지막 왕인 걸(桀)은 총희(寵姬)인 말희(妺喜)의 환심을 사기 위해 사치와 향락을 일삼다가 殷나라의 탕왕(湯王)에게 멸망한다. 殷왕조도 600년이 지난 뒤 주왕(紂王)에 이르러 夏왕조와 같은 운명의 길을 걷는다. 紂王 역시 달기(妲己)라는 여인에게 빠져 정사는 내팽겨진 채 "술은 못을 이루고 매단 고기는 숲을 이룬다"는 주지육림(酒池肉林)으로 날을 세웠다. 이를 간(諫)하는 신하는 가혹하게 처벌했고, 심지어 산 채로 `굽고 지지는` 포락지형(炮烙之刑)에 처했다. 삼공(三公) 중 구후(九侯)와 악후(鄂侯)는 처형당했고, 서백(西伯) 희창(姬昌, 나중에 周문왕)은 유리(羑里)에 유폐되었다. 이 때 西伯이 紂王에게 諫하면서 인용한 말이 상기의 ≪詩經≫ 구절이다. 결국 殷왕조는 西伯의 아들 희발(姬發, 나중에 周무왕)에게 멸망하고 만다. 夏나라 桀王과 殷나라 紂王은 둘 다 亡國의 왕으로 훗날 걸주(桀紂)로 병칭되면서 폭군의 대명사가 된다.
* 다음블로그 청경우독 해수 경해에서 인용 수정(2022. 3 11)
* 청말근대 전천 ( 錢泉 ) 의 < 죽창감고도 ( 竹窗鑒古圖 )> (1943 年作 , 設色紙本 , 116×48.4cm)
* 참 잘 그린 그림이다.(필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