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袍中詩(포중시)/당나라 궁녀-명시 감상 1,734

한상철 2022. 4. 9. 10:53

袍中詩(포중시)

-전투복에 담은 시

 

      당대 궁녀/唐

沙場征戍客(사장정수객) 사막에서 변새 지키는 분이여
寒苦若爲眠(한고약위면) 추위와 고생속에서 그대는 잠을 자겠지요
戰袍經手作(전포경수작) 전포를 손으로 만들어 보내는데
知落阿誰邊(지락아수변) 어느(언덕 가) 분에게 주어질지 알지를 못합니다
蓄意多添線(축의다첨선) 뜻을 모아 바느질을 하였고
含情更着綿(함정갱착면) 정을 담아 또 솜을 두(넣)었지요
今生已過也(금생이과야) 지금 생애는 그냥(이미) 지나가야 하지만(갔지만)
重結後生緣(중결후생연) 다음 생애는 무거운(소중한) 인연으로 맺어지겠지요 (번역 한상철)
 
해설; 오늘은 당나라 현종때 어느 궁녀가 지었다고 전하는 漢詩 一首를 소개합니다. 당나라 국운이 가장 융성했던 현종 연간에도 변방의 방어는 국가의 중대사였고, 까닭에 민가에서는 가을이면 출정나간 사람들의 겨울옷을 만들어 보내는 일이 가장 큰 행사였습니다. 현종도 궁인들에게 변방 장졸들의 겨울옷을 지어 보내게 했지요? 변방의 어느 병졸이 받은 겨울옷 안에서 곱게 접어 봉투에 담겨저 있는 詩 한 수를 찾게되었는데, 그 詩가 오늘 소개하는 詩입니다. 이 詩는 분명 궁중 여인의 갸륵한 소망이 담긴 시입니다. 궁중에 들어왔기에 다시는 나갈수 없고, 전포를 지어보내는 아내가 될 수도 없는 몸, 누가 입을 지도 모르지만, 여인의 뜻과 정성으로 지어보내니, 죽어 다음 生에서라도 부부의 인연으로 맺어지기를 희망한다는 간절한 소망이 담긴 글이지요? 병졸은 이 시를 장군에게 보였고, 장군은 황제에게 사연을 보고했답니다. 현종은 시를 읽고 크게 감동하여, 누가 지어 보냈는가를 조사토록 했으나 나오지 않았고, 처벌의 뜻이 없다는 것을 거듭 밝하고서야 어느 궁녀가 "죽을 죄를 지었다"고 자백을 했는데, 현종이 궁인의 뜻이 갸륵해, 연민의 정이 생겨 그 궁녀를 궁에서 내보내고, 그 병졸과 부부의 연을 맺도록 해주었다고 하는, 이 실화는 당나라 290년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고 합니다.(일부 수정)   

       
蓬鬢荊釵世所希(봉빈형체세소희) 쑥대머리 나무비녀는 세상에 보기 어렵고
布裙猶是嫁時衣(포군유시가시의) 입고있는 치마는 여전히 시집올 때의 옷입니다
胡麻好種無人種(호마호종무인종) 호마는 모종이 다 컸어도 심을 사람이 없고
合是歸時底不歸(합시귀시저불귀) 돌아올 때가 되었는데 왜 아니 오시나요 (작자 미상) 


* 이 시는 변방에 수자리(군,징집)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심정을 노래한 것입니다. 이렇듯 누군가가 그리워서 만나 혼인을 하고, 만날수 없는 그리움에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원망하는 것이 부부입니다. "부부는 인륜의 시작이지만, 부부는 사랑하는 원수"이라는 옛 글(夫婦爲人倫之始, 夫妻是個冤家)에서도 엿볼수 있듯이 누구나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서로 冤(원망)을 조금씩 가지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부부의 은혜와 사랑은 쓰고도 달다(夫妻恩愛苦也甛). 즉. 밉지만 미워 할 수 없는 사람, 미우면서 그리운 사람이 남편이요 아내라고  합니다.  아내가 미인이어서 그리운 것도 아니고, 남편이 잘난 사람 이어서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한번 맺어졌기에 그 인연으로 인해 그리운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운 것이 '부부 인연'이라고 합니다. 5월은 가정의달 입니다. 이 생에서 만나 맺어진 인연을 원망으로 매듭짓기 보다는, 매일 매일을 그냥 보기도 아까운 사람, 다시 말해, '꽃 당신'으로 생각하고, 그리움이라는 '인연의 강'에서 부부의 행복을 실컷 누려보시길 바랍니다.(일부 수정)

* 운명을 바꾼 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155〉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입력 2022-04-08 03:00

* 다음카페 영일서단에서 전재해 일부 수정함.(2022.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