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謝李六郞中寄新蜀茶(사이육랑중기신촉차)-茶詩/백거이(당)-명시 감상 2,147

한상철 2023. 3. 19. 10:53

謝李六郞中寄新蜀茶(사이육랑중기신촉차)

-이육 낭중이 촉에서 난 햇차를 보내준 것에 감사하며

 

       白居易(백거이)/당

故情周匝向交親(고정주잡향교친) 자상한 벗의 마음이 내게까지 두루 미쳐

新茗分張及病身(신명분장급병신) 새로 만든 차를 나눠 아픈 내게까지 보냈네

紅紙一封書後信(홍지일봉서후신) 서신과 함께 보낸 붉은 봉함 속에 든

綠芽十片火前春(록아십편화전춘) 청명 전 잎으로 만든 녹아차 열 덩이네

湯添勺水煎魚眼(탕첨작수전어안) 작은 기포가 생길 때까지 찻물을 끓인 뒤에

末下刀圭攪麴塵(말하도규교국진) 갈아낸 차를 넣고 도규로 잘 저어주네

不寄他人先寄我(부기타인선기아) 다른 사람 다 놔두고 내게 먼저 보내준 건

應緣我是別茶人(응연아시별차인) 응당 좋은 차를 알아볼 사람이라 생각했겠지 (번역 한상철)

 

▶ 周匝(주잡): 둘러싸다. 에우다. 둘레. 사방. 여기서는 ‘완전히, 전부, 모두’라는 뜻으로 새겨 읽었다. 

▶ 綠芽(녹아): 녹차綠茶의 이름이다. ⟪송사宋史⋅식화지食貨志⟫에서 ‘茶有二類, 曰片茶, 曰散茶(…)出虔、袁、饒、池、光、歙、潭、岳、辰、澧州、江陵府、興國臨江軍、有仙芝、玉津、先春、綠芽之類二十六等(차에는 편차와 산차 두 종류가 있고 건주와 원주, 요주, 지주, 고아주, 흡주, 담주, 악주, 진주, 예주, 강릉부, 흥국임강군에서 나는데, 선지를 비롯하여 옥진과 선춘, 녹아 등 스물여섯 종류가 있다).’이라 했다. ‘十片’이라고 한 것을 보면 녹아차가 병차餠茶인 것을 알 수 있다. 

▶ 火前春茶(화전춘): 청명절淸明節 이전에 찻잎을 따서 만든 차를 가리킨다. 곡우穀雨 전에 찻잎을 따서 만드는 우전차雨前茶보다 찻잎이 어리고 색이 맑고 향기가 좋아 더 귀하게 여긴다. 명전차明前茶라고도 한다. 

▶ 添湯(첨탕) 두 구절: 물을 끓여 차를 달이면서 ‘魚眼’ 정도로까지 다탕을 끓인 뒤 ‘刀圭’란 기구로 다탕을 저어주고 때려주며 기포가 올라오지 않게 하는 것을 가리킨다. ‘魚眼’은 물을 끓일 때 물고기의 눈알만한 기포가 생기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물이 끓는 정도를 나타내고, ‘刀圭’는 원래 약재의 양을 가늠할 때 쓰는 기구이지만 여기서는 가루로 된 차를 뜨는 숟가락의 의미로 새겨 읽었다. 

▶ 麴塵(국진): 누룩에 낀 담황색 균을 가리킨다. 여기서는 절구에 갈아 가루로 만든 차를 가리킨다. 백거이는 「睡後茶興憶楊同州」란 시에서 ‘白瓷甌甚潔, 紅爐炭方熾. 末下麴塵香, 花浮魚眼沸(하얀색 찻사발은 너무나 깨끗하고 / 화로 속 숯불은 한창 붉게 타고 있네 / 가루차를 넣을 때 향기가 퍼지더니 / 물이 끓자 물고기 눈만한 거품들이 꽃잎처럼 떠오르네)’라고 하였다. 

▶ 應緣(응연): 아마도. ~듯싶다. ‘別茶人’은 좋은 차와 나쁜 차를 감별할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 백거이가 강주사마江州司馬로 좌천되어 있을 때인 원화元和 12년(817) 봄에 쓴 시다. 제목 중 ‘李六郞中’은 당시 충주자사忠州刺史로 있던 이선李宣을 가리킨다. ‘六’은 형제 내 순서를 가리키는 배항排行이다.

 

 

* 말차(가루차)와 매화 김규리. 한신섭 카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