睡後茶興憶楊同州(수후차흥억양동주)-茶詩/백거이(당)-명시 감상 2,148
睡後茶興憶楊同州(수후차흥억양동주)
-잠 한 숨 잔 뒤에 차를 마시며 동주의 양모소를 생각하다
白居易(백거이)/당
昨晩飮太多(작만음태다) 어제 저녁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嵔峨連宵醉(외아연소취) 취해서 밤 새워 큰 소리로 노래했네
今朝餐又飽(금조찬우포) 오늘 아침 밥을 또 배불리 먹고
爛熳移時睡(란만이시수) 늘어져 곧바로 잠이 들었네
睡足摩挲眼(수족마사안) 한 숨 잔 뒤 눈 비비며 일어나 보니
眼前無一事(안전무일사) 눈앞에 해야 할 일 아무것도 없네
信脚繞池行(신각요지행) 연못가 길을 따라 느릿느릿 걷다가
偶然得幽致(우연득유치) 우연히 그윽한 풍치를 얻게 됐네
婆娑綠陰樹(파사록음수) 짙푸른 나무는 춤 추는 양 흔들리고
斑駁靑苔地(반박청태지) 땅 위는 얼룩덜룩 이끼 끼어 있네
此處置繩床(차처치승상) 이 곳에 끈으로 엮은 접이의자 차려놓고
傍邊洗茶器(방변세차기) 옆에는 차기를 닦는 그릇을 갖추어뒀네
白瓷甌甚潔(백자구심결) 백자로 만든 찻사발은 빛깔이 깨끗하고
紅爐炭方熾(홍로탄방치) 화로 속 숯불은 붉은 불꽃이 왕성하네
末下麴塵香(말하국진향) 가루차를 떠 넣을 때 그윽한 향기 퍼지더니
花浮魚眼飛(화부어안비) 물이 끓자 조그만 방울이 꽃잎처럼 떠오르네
盛來有佳色(성래유가색) 찻물을 잔에 따루 보니(성한 기운) 빛깔이 곱고
咽罷餘芳氣(인파여방기) 마신 뒤에도 입 안에 향기가 남아 있네
不見楊慕巢(불견양모소) 함께 차를 마셨던 양모소가 보이지 않으니
誰人知此味(수인지차미) 뉘라서 이 맛을 알 수 있을까 (번역 한상철)
▶ 茶興(차흥): 차를 마시고 일어난 흥취를 가리킨다.
▶ 同州(동주): 지명(현재의 산시성陝西省 웨이난시渭南市 다리현大荔縣)
▶ 嵔峨(외아): 크고 웅장하게 생긴 것을 가리킨다. 술에 취한 모양을 가리키기도 한다. 여기서는 큰 소리로 우렁차게 노래한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새겨 읽었다.
▶ 連宵(연소): 밤새. 밤새. 온밤.
▶ 爛漫(난만): 나른해지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새겨 읽었다. ‘移時’는 시간이 지나면서.
▶ 摩挲(마사): 문지르는 것을 가리킨다. ‘摩娑’로 쓴 자료도 있다.
▶ 信足(신족): 천천히 걷는 것을 가리킨다.
▶ 婆娑(파사): 춤추는 소매가 가볍게 나부끼는 모양 또는 자태가 아름다운 것을 가리킨다. 취해서 비틀거리는 모양을 가리킨다. 거문고 등의 소리가 꺾임이 많은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 斑駁(반박): 색이 섞인 것을 가리킨다.
▶ 繩床(승상): 접을 수 있고 등도 기댈 수 있게 등나무 줄기나 굵은 실을 엮어서 만든 좌구坐具를 가리킨다.
▶ 麴塵(국진): 누룩에 생긴 담황색 균을 가리킨다. 차茶를 가리킨다.
* 양모소는 백거이의 부인 양씨楊氏의 사촌 오라비 양여사楊汝士를 가리킨다. 모소慕巢는 그의 자이며, 괵주虢州 홍농弘農 사람이다. 생몰연대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원화元和 4년(809)에 진사가 되었고, 형부상서刑部尙書를 지냈으며, 목종穆宗 장경長慶 연간(821~824)을 전후로 활동하였다.시를 잘 지어 백거이, 원진 등과 교유하였고, 그의 형제들이 모두 백거이에게 차를 보내주며, 막역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출처] 백거이 - 수후차흥억양동주|작성자 들돌. 네입블로그 인용 수정.(2019. 1. 6)
* 격불(擊拂)이 막 끝난 후, 마시기 최적상태인 가루차(말차) 거품 모습. 사진은 다음카페 저절로 가는 세상, 자림심적/사진속 얘기 (2017. 5. 29)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