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辭職自遣(사직자견)/유기(명)-명시 감상 2,276
한상철
2023. 11. 11. 08:38
辭職自遣(사직자견)
-물러남을 위안으로 삼다
유기(劉基,1311∼1375)/명
買條黃牛學種田(매조황우학종전) 누렁소 사서 농사일 배우고
結間茅屋傍林泉(결간모옥방림천) 숲속 샘물가에 초가집 지으리라
因思老去無多日(인사로거무다일) 늙어 갈 날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且向山中過幾年(차향산중과기년) 차라리 몇 해라도 산중에서 지내고 싶네
爲吏爲官皆是夢(위리위관개시몽) 낮든 높든 벼슬살이란 한바탕 꿈일진대
能詩能酒總神仙(능시능주총신선) 능히 시 짓고 술 마시면 그게 곧 신선이네
世間萬事都增價(세간만사도증가) 세상 만사가 다 값이 늘어난다 해도
老了文章不值錢(로료문장부치전) 늙은 뒤 문장은 한 푼어치도 안 된다네(독음과 번역 한상철)
* 감상; 시인은 명 태조 주원장(朱元璋)의 책사(策士)로, 막강한 권세를 누리던 인물이다. 사가들은 그를 한고조 유방(劉邦)을 보좌한 장량(張良)이나, 삼국시대 유비(劉備)를 도운 제갈량(諸葛亮)에 비견하기도 한다. 그런 그가 벼슬살이에 회의가 들면서 낙향을 시도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과거 그와 갈등을 빚었던 한 재상이 황제에게 그의 불충(不忠)을 무고했기에, 그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서둘러 조정으로 복귀해야 했다. 시인이 재낙향한 것은 중병으로 죽음을 앞둔 말년이다. 시주(詩酒)의 즐거움을 더 누릴 수 없었다.
* 다음카페 201family 이영일에서 인용 수정.(2023.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