少年遊(소년유)-詞/주방언(북송)-명시 감상 2,294
少年遊(소년유)-詞
-소년이 놀다
周邦彦(주방언)/북송
并刀如水(병도여수) 병주의 칼은 날카롭기가 맑은 물 같고
吳鹽勝雪(오염승설 ) 오나라 땅의 가는 소금은 눈보다 흰데
纖指破新橙(섬지파신등) 여인이 고운 손으로 귤 껍질을 까네
錦幄初溫(금악초온) 비단 장막 안쪽이 처음 따뜻해지고
獸香不斷(수향부단) 짐승 형상 향로에 향이 끊이지 않자
相對坐調笙(상대좌조생) 서로가 마주 앉아 생황을 부네 (6)
低聲問(저성문) 여인이 낮은 소리로 물어본 즉
向誰行宿(향수항숙) 누구를 향해 묵으러 갈 것인지요
城上已三更(성상이삼경) 성 위는 이미 삼경이 지났으니
馬滑霜濃(마활상농) 짙은 서리에 말이 미끄러질까 봐
不如休去(부여휴거) 차라리 쉬었다 가시니만 못합니다
直是少人行(직시소인행) 마침 오가는 이들도 많지 않구요 (12) (번역 한상철)
▶ 少年遊: 사패명詞牌名. 안수晏殊의 「주옥사珠玉詞」에서 그 시초를 볼 수 있는데, ‘長似少年時’란 구절에서 이름이 생겼다. ⟪악장집樂章集⟫과 ⟪장자야사張子野詞⟫에서는 임종상林鐘商에 넣고 ⟪청징집淸眞集⟫에서는 ‘황종黃鐘’과 ‘상조商調’로 나눠 넣었다. 51자, 전후편 각 양평운兩平韻을 쓴다.
▶ 并刀: 병주并州(현재의 산시山西 태원太原 일대)에서 나던 가위(또는 칼), 즉 병주전并州剪을 가리킨다. 날이 예리하기로 유명했다.
▶ 吳鹽: 오나라 땅에서 나던 입자가 작고 흰 소금을 가리킨다.
▶ 錦幄: 비단으로 만든 장막을 가리킨다.
▶ 獸香: 짐승의 형상을 하고 있는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향연香煙을 가리킨다.
▶ 調笙: 생황을 불다.
▶ 向誰行宿: 어디로 가서 묵을 것인가? ‘誰行’은 ‘누구네’로 새기고 ‘항’으로 읽었다.
▶ 直是: 바로~이다(= 就是).
* 첫 대목 ‘并刀如水, 吳鹽勝雪, 纖指破新橙’은 달 밝은 밤, 두 남녀가 여인이 껍질 벗긴 귤을 함께 먹으며, 정담을 나누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纖指破新橙’의 주인공은 당시 도성에서 소문난 가녀歌女 이사사李師師를 가리킨다. 장단의張端義는 ⟪귀이집貴耳集⟫에서 이 작품에 대해 주방언이 대학사大學士일 때, 소문난 가녀歌女 이사사李師師에게 자주 놀러 갔다. 하루는 휘종徽宗이 갑자기 이사사의 집으로 찾아오는 바람에, 함께 있던 주방언이 급히 탁자 밑으로 숨었다. 두 사람이 나누던 정담을 모두 들은 뒤, 나중에 이 사를 지었다고 전한다.
* 주방언周邦彦 (1056~1121); 북송北宋의 사인詞人으로 자는 미성美成이고, 호는 청진거사淸眞居士이며, 전당 錢塘(현재의 절강浙江 항주杭州)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하고 문재가 뛰어났으나, 자유분방한 성격 탓에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다. 원풍元豊 연간(1078∼1085)에 「변도부汴都賦」를 헌상하여 신종神宗에게 인정받았다. 휘종徽宗 때 대성부大晟府 제거提擧에 오른 뒤, 순창부順昌府 처주處州의 지사를 역임하였다. 음악에 정통하여 고전음악의 정비와 신곡 개발을 통해, 완약성婉約性과 전아성典雅性을 겸비한 팔면영롱八面玲瓏의 작품을 완성시켰다. 남송南宋의 강기姜夔와 함께 북송을 대표하는 사인詞人으로 꼽힌다. 저서 《청진집淸眞集》은 산실되었고, 《편옥집片玉集》이 전한다.
[출처] 주방언 - 소년유⋅병도여수|작성자 들돌. 네이버블로그 인용 수정.(2020.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