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道院雜興(도원잡흥)/육유(남송)-명시 감상 843

한상철 2020. 11. 18. 12:38

道院雜興(도원잡흥)-四首其四

 

           육유(陸游/南宋)

龜堂有叟富神通(구당유수부신통) 구당에 늙은이 있어 신통이 가멸찬데

白髮何妨兩頰紅(백발하방량협홍) 흰 머리가 붉은 두 뺨과 무슨 상관이람

先取山川來掌上(선취산천래장상) 먼저 산천을 취해 손바닥에 가져다 놓고

却移天地入壺中(각이천지입호중) 도리어 하늘땅을 옮겨 병 속으로 들어가네

鶯花不老非塵世(앵화불로비진세) 꾀꼬리와 봄꽃이 늙지 않으니 속세가 아니요

風月常新奪化工(풍월상신탈화공) 풍월이 늘 새로우니 하늘의 조화 빼앗음이네

近作東籬君未見(근작동리군미견) 근래 농장을 일궜는데 그대 아직 보지 못했으니

一尊少住莫匆匆(일존소주막총총) 한 자리에 잠시 머물며 황망해 하지 마시라

 

- 風月常新: 風月常新이라는 말과 관련한 흥미로운 얘기가 전해온다. 당현종(唐玄宗)의 후궁전에는 4만 명에 달하는 궁녀가 있었다고 한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과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한들 일일이 기억할 수 없다. 그래서 기발한 방법을 고안해냈다. 일단 한 번이라도 잠자리를 같이 한 여인은 팔에 도장을 찍는 것이었다. 그 도장에 새겨진 글자가 風月常新이었다고 한다. 그에게 여인은 한갓 풍류의 대상이었던 것일까. 아무튼 이 도장은 계수나무 기름으로 만든 인주를 묻혀 찍었기 때문에 물로 씻어도 지워지지 않았다고 한다. 당말오대(唐末五代) 때의 시인 장필(張泌)이 쓴 장루기(粧樓記)에 나온다.

- 化工: 하늘의 조화(天工). 하늘의 조화로 자연히 이루어진 묘한 재주.

- 東籬: 원포(園圃), 농원(農園), 농장(農莊).

- 少住: 잠시 머묾(暫留).

- 匆匆: 분주한 모양. 황급한 모양.

* 다음블로그 청경우독 완이락지에서 인용 수정(2020. 11. 18)

 

* 북송 ( 北宋 )  대완 ( 戴琬 ) 의  < 동리가색책 ( 東籬佳色冊 )>  책엽 ( 冊頁 ) ( 絹本 , 31×36cm×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