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淡泊(담박)/정약용(조선)-명시 감상 1,534

한상철 2021. 10. 16. 15:03

淡泊(담박) 

 

     정약용(丁若鏞, 1762∼1836)/조선

淡泊爲歡一事無(담박위환일사무) 담박함을 즐기니 아무 일이 없지만
異鄕生理未全孤(이향생리미전고) 타향에 산다 해도 외로운 것만 아니네
客來花下攜詩卷(객래화하휴시권) 손님이 오면 꽃 아래서 시집을 휴대하고(함께 읽고)
僧去牀間落念珠(승거상간낙염주) 스님이 간 침상 사이에는 떨어진 염주가 있네(발견)
菜莢日高蜂正沸(채협일고봉정비) 장다리밭에 해 높이 뜨면 벌들이 잉잉거리고
麥芒風煖雉相呼(맥망풍난치상호) 보리 까끄라기에 바람이 따스하면 꿩들이 꺽꺽대네
偶然橋上逢隣叟(우연교상봉린수) 우연히 다리 위에서 이웃 영감을 만나
約共扁舟倒百壺(약홍편주도백호) 편주 띄워 잔뜩 취하도록 술 마시자 약속하네 (번역 한상철)

 

* 감상; 다산은 꽃 아래서 손님을 맞아 시집을 함께 읽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처지에 대한 쓸쓸한 감정에 잠긴다. 승려가 찾아왔다 남기고 간 염주를 주워들며, 그가 떠난 자리에 남은 담박한 마음을 스스로 챙긴다.

* 다음카페 한시 속으로에서 인용 수정.(2021.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