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배절에는 서대문구 봉원동에 사는 큰 돈아(豚兒) 집에서 기독교 식으로 제사를 지낸 후,
조약돌 손자(한 이삭)를 데리고 집 뒤 가까운 봉원사를 둘러보았다.
아들 내외 모두 독실하게 개신교를 믿지만, 다른 종교와도 잘 어울린다.
특히 문화 쪽이라면 어디든 상관하지 않는다.
봉원사는 태고종(太古宗)에 속한다. 신라 때부터 있었다는 천년 고찰이다.
대웅전 앞 마당의 대형 화분 무더기에 핀 연꽃은 이미 져버렸고, 붉은 배롱꽃만 아직도 화사함을 뽐내고 있다.
한 때는 태고종의 총본산(總本山)이었으며,
사료적(史料的) 가치가 풍부한 유물과, 영산재(靈山齋)를 비롯 유무형의 문화재를 드러나지 않게 보유한,
전통 있는 도심의 대가람이다.
연꽃이 한창인 여름에 가보기를 권한다.
* 여기에 나오는 각종 자료와 인물은 종교적, 정치적 관점이 아닌, 순수 예술적 관점에서 쓰고 찍은 것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람.
* 경박형 사진기라 촬영 범위가 좁고, 편의상 사람은 넣지 않았음(2011.9.12 월 한가위 오후1시 경).
봉원사 현판. 조선의 명필 석봉(石峰) 한호(韓濩1543~1605) 의 글씨로 추정. 힘찬 운필(運筆)이 돋보인다.
밑 '무량수각'(無量壽閣-아미타불 도량) 현판은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스승인,
청(淸)의 유명한 담계(覃溪) 옹방강(翁方綱 1713~1818)의 기백 넘치는 휘호다.
중국에서도 흔치 않는 자료로, 예술적 가치가 상당히 높다.
이 편액 좌우로'산호벽루(珊瑚碧樓)''청련시경(靑蓮詩境-추사체)'이란,
완당(阮堂 김정희 다른 호)의 두 친필 현판이, 스승의 글씨를 옹위하듯 나란히 걸려있다(사진에는 없음).
명부전 편액(扁額), 조선의 개국 공신이자 개혁파인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1342~1398)의 글씨이다.
아! 금칠을 하지 않았드라면, 그의 훌륭한 필치를 한층 생동감 있게 감상할 수 있는데, 안타깝지만 보존상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사진에는 없지만, 주련(柱聯)의 양각(陽刻) 불시(佛詩)는 당대의 명필 이완용(李完用1858~1926)이 씃는데, 서법이 뛰어나다.
역사의 묘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대웅전 바라보아 왼쪽 뜰에 늦게까지 핀 배롱나무(목백일홍).
삼천불전의 위용
* 우리말 하이쿠 한 수
절 배롱나무꽃
절 배롱나무
세속 출가(出家) 넘나든
원숭이 재주 계절어; 여름-배롱나무
* 자미화(紫微花) 또는 '원숭이가 떨어지는 나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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