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쉼터

烏飛梨落 偈頌(오비이락 게송)-천태지자/梁

한상철 2018. 10. 7. 10:43

烏飛梨落 偈頌(오비이락 게송)


                          천태지자 지의(天台智者 智顗  538~597 법랍 40,춘추60)/梁


烏飛梨落破蛇頭(오비이락파사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니 뱀 머리 부서졌네

蛇變爲猪轉石雉(사변위저전석치); 죽은 뱀이 돼지로 변해 돌을 굴려 꿩을 쳤으니

雉作獵人欲射猪(치작엽인욕사저); 죽은 꿩은 포수가 되어 다시 돼지를 쏘려고 하네

導師爲說解怨結(도사위설해원결); 빈승(貧僧)이 그 인연을 밝혀 원한을 풀어 주리라



* 해설; 중국 양나라 무제(武帝) 때 천태종을 세운 대선지식 천태지자(天台智者) 스님은, 어느 날 천태산(天台山)에서 지관삼매(止觀三昧)에 들었다. 그 때 스님 앞으로 산돼지 한 마리가 황급히 지나갔는데, 뒤이어 활을 든 사냥꾼이 쫓아왔다. “산돼지 한 마리가 이리로 지나갔는데,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아십니까?” 스님은 대답 대신, 사냥꾼을 앉게 한 뒤 시(詩) 한 수를 들려주었다. 그런 다음 사냥꾼과 돼지의 삼생인연(三生因緣)을 일러주었다. “엽사(獵師)여! 지금부터 삼생 전에 까마귀 한 마리가 배나무 가지 위에 앉아 놀다가, 무심코 다른 곳으로 날아갔느니라. 그때 나뭇가지가 흔들리면서 익은 배가 하나 떨어져, 배나무 아래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던 뱀의 머리를 때리고 말았다. 이 때문에 죽은 뱀은 다시 멧돼지로 태어나 풀뿌리를 캐 먹으며 살았고, 까마귀는 죽어 꿩이 되었다. 어느 날 꿩은 떨어진 나무 열매를 주워 먹다가, 멧돼지가 칡뿌리를 캐먹기 위해 땅을 뒤질 때, 건드린 돌이 굴러 떨어져 맞아 죽고 말았느니라. 엽사여! 그 꿩이 죽어 이번에는 그대가 된 것이다. 그대는 지금 반드시 활로 멧돼지를 잡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대가 작정을 하고 멧돼지를 쏘아 죽인다면, 멧돼지 또한 원한을 품고 죽어 앞날에는 더욱 무서운 과보를 받게 되느니라. 엽사여! 이제 그 활을 던져 버려라. 사람의 몸을 받았을 때 악연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영원히 악연 속에서 떠돌아다니게 되느니라.” 지자대사의 말씀을 들은 사냥꾼은 깨달은 바가 있어 그 자리에서 활을 모두 꺾어 버리고, 그의 제자가 되어 도(道)를 닦았다고 한다. (이상 자료는 다음 팁에서 인용 수정함. 2017. 7. 14)

* 제4구 제 1자 導 자 대신 道 자로, 제2자 師 자 대신, 순(順) 자로 된 자료도 있다.

* '오비이락' 사자성어의 유래(원전)가 된 의미심장한 글이다.




* 태백산 겨울 멧돼지 무리. 사진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자유사진 김민정 제공.(2019.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