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문 감상

臨江仙⋅送錢穆父(림강선, 송전목보)/소식(송)-명문 감상 48

한상철 2020. 8. 21. 16:55

臨江仙⋅送錢穆父(임강선⋅송전목보)

 

                       蘇軾(소식)/)송

一別都門三改火(일별도문삼개화) 도성에서 헤어진 지 어느덧 삼 년

天涯踏盡紅塵(천애답진홍진)하늘 끝까지 풍진 속을 쏘다니고도 

依然一笑作春溫(의연일소작춘온) 웃는 얼굴은 봄날처럼 따뜻하구나

無波眞古井(무파진고정) 마음은 잔잔하기 옛 우물 같고

有節是秋筠(유절시추균) 절개는 가을날 대나무 같네

 

惆悵孤帆連夜發(추창고범연야발) 슬프다 한밤중에 떠나가는 배

送行淡月微雲(송행담월미운) 보낼 때 구름과 달이 빛을 잃어 쓸쓸하지만

樽前不用翠眉顰(준전불용취미빈) 술잔 앞에서 슬픈 표정 짓지 말게나

人生如逆旅(인생여역여) 인생은 묵어가는 여인숙인데

我亦是行人(아역시행인) 나 또한 길을 가는 나그네라네 (번역 한상철)

 

*  臨江仙(임강선): 당교방곡唐敎坊曲으로 나중에는 가사를 채워 넣는 사조詞調, 즉 악보로 쓰였다. 쌍조육십자雙調六十字로 평운격平韻格이다.

* 錢穆父(전목보): 인명. 북송北宋 때 대신이자 시인으로 이름은 협勰(1034~1097)이고 자는 목보穆父이다. 전사錢四로도 불렸다. 벼슬이 조의대부朝義大夫에 이르렀으며 시詩와 서書, 서법書法에 두루 능했다. 원우 6(1091) , 전목보가 신임지 영주瀛州로 부임하던 길에 항주에 잠시 들렀다 떠날 때 소식이 이 사를 지어 그를 전송하였다.

* 都門(도문): 도성의 성문을 가리킨다.

* 改火(개화): 나무를 문질러 불씨를 얻는 것을 가리킨다. 계절마다 다른 나무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긴 호칭이다. 여기서는 해가 바뀐 것을 가리킨다.

* 古井(고정): ‘枯井과 같다. 바깥 경계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이 평온한 것을 가리킨다.

* 筠(): 대나무

* 翠眉(취미): 여인의 눈썹을 가리킨다. 고대에 여인들이 푸른색을 써서 눈썹을 화장하여 생긴 말이다.

* 顰(): 눈살을 찌푸리다. 미간을 찌푸리다.

* 逆旅(역여): 객사客舍. 여관. 여인숙. 이백李白은 「春夜宴桃李園序」에서 '천지는 만물의 숙소요, 세월은 천지 사이를 지나는 영원한 나그네다(夫天地者萬物之逆旅 光陰者百代之過客).'라고 하였다.

* 원우元祐 6(1091) , 소식이 항주杭州에 있을 때 지은 것인데, 신임지 영주瀛州로 부임하던 월주지주越州知州 전협錢勰이 도중에 항주에 들러 소식을 만나고, 떠날 때 지어 준 것이다. 원우 초년, 기거사인起居舍人 소식과 중서사인中書舍人 전협은 서로 죽이 잘 맞아 가깝게 교유하던 사이였는데, 이 만남은 원우 3(1088)에 전협이 월주지주로 도성을 떠나게 되었을 때, 장안의 성문 밖에서 술자리를 함께한 뒤, 3년 만에 항주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전협이 윤경尹京으로 있을 때, 근래 들어 으뜸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옥사가 밀리기라도 하면, 모두 전협을 부를 정도로 판단이 빠르고 일손이 기민하였다. 남들 눈에 늘 일도 않고 한가롭게 보내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이기도 했다. 어느 날 소식이 조회에서 만난 전협에게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네를 벽력수霹靂手라고 칭하는 모양이지?” 그 말을 듣고 전협이 웃으며 답했다. 벽력수는 무슨 겨우 멍청이나 면한 게지.” 전협은 여러 모로 뛰어난 재능을 지닌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대할 때 그가 누구라도 가벼이 여기는 경우가 없었다고 한다.

[출처] 소식 - 임강선·송전목보 |작성자 들돌. 네이버 블로그 인용 수정함(2020.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