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문 감상

破窯賦(파요부)/여몽정(북송)-명문 감상 49

한상철 2020. 12. 18. 07:16

破窯賦(파요부)

 

     여몽정(呂蒙正/北宋)

 

天有不測風雲 人有旦夕禍福蜈蚣百足 行不及蛇雄雞兩翼 飛不過鴉馬有千里之程 無騎不能自往人有沖天之志 非運不能自通蓋聞 人生在世富貴不能淫 貧賤不能移文章蓋世 孔子困厄於陳邦武略超群 太公釣於渭水顏淵命短 殊非兇惡之徒盜跖年長 豈是善良之輩堯帝明聖 卻生不肖之兒瞽叟愚頑 反生大孝之子張良原是布衣 蕭何稱謂縣吏晏子身無五尺 封作齊國宰相孔明臥居草廬 能作蜀漢軍楚霸雖雄 敗於烏江自刎漢王雖弱 竟有萬里江山李廣有射虎之威 到老無封馮唐有乘龍之才 一生不遇韓信未遇之時 無一日三餐及至遇行 腰懸三尺玉印一旦時衰 死於陰人之手有先貧而後富 有老壯而少衰滿腹文章 白髮竟然不中才疏學淺 少年及第登科深院宮娥 運退反爲妓妾風流妓女 時來配作夫人靑春美女 却招愚蠢之夫俊秀郞君 反配粗醜之婦蛟龍未遇 潛水於魚鱉之間君子失時 拱手於小人之下衣服雖破 常存儀禮之容面帶憂愁 每抱懷安之量時遭不遇 只宜安貧守份心若不欺 必然揚眉吐氣初貧君子 天然骨骼生成乍富小人 不脫貧寒肌體天不得時 日月無光地不得時 草木不生水不得時 風浪不平人不得時 利運不通注福注祿 命裏已安排定 富貴誰不欲人若不依根基八字 豈能爲卿爲相吾昔寓居洛陽 朝求僧餐 暮宿破窖思衣不可遮其體 思食不可濟其飢上人憎 下人厭人道我賤 非我不棄也今居朝堂 官至極品 位置三公身雖鞠躬於一人之下 而列職於千萬人之上有撻百僚之杖 有斬鄙吝之劍思衣而有羅錦千箱 思食而有珍饈百味出則壯士執鞭 入則佳人捧觴上人寵 下人擁人道我貴 非我之能也此乃時也 運也 命也嗟呼 人生在世富貴不可盡用 貧賤不可自欺聽由天地循環 周而復始焉(천유불측풍운 인유단석화복오공백족 행불급사웅계량익 비불과아마유천리지정 무기불능자왕인유충천지지 비운불능자통개문 인생재세부귀불능음 빈천불능이문장개세 공자곤액어진방무략초군 태공조어위수안연명단 수비흉악지도도척년장 기시선량지배요제명성 각생불초지아고수우완 반생대효지자장량원시포의 소하칭위현리안자신무오척 봉작제국재상공명와거초려 능작촉한군사초패수웅 패어오강자문한왕수약 경유만리강산이광유사호지위 도로무봉풍당유승룡지재 일생불우한신미우지시 무일일삼찬급지우행 요현삼척옥인일단시쇠 사어음인지수유선빈이후부 유로장이소쇠만복문장 백발경연부중재소학천 소년급제등과심원궁아 운퇴반위기첩풍류기녀 시래배작부인청춘미녀 각초우준지부준수랑군 반배조추지부교룡미우 잠수어어별지간군자실시 공수어소인지하의복수파 상존의례지용면대우수 매포회안지량시조불우 지의안빈수분심약불기 필연양미토기초빈군자 천연골격생성사부소인 불탈빈한기체천부득시 일월무광지부득시 초목불생수부득시 풍랑불평인부득시 리운불통주복주록 명리이안배정 부귀수불욕인약불의근기팔자 기능위경위상오석우거락양 조구승찬 모숙파교사의불가차기체 사식불가제기기상인증 하인염인도아천 비아불기야금거조당 관지극품 위치삼공신수국궁어일인지하 이렬직어천만인지상유달백료지장 유참비린지검사의이유라금천상 사식이유진수백미출즉장사집편 입즉가인봉상상인총 하인옹인도아귀 비아지능야차내시야 운야 명야차호 인생재세부귀불가진용 빈천불가자기청유천지순환 주이부시언)

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구름이 있고 사람에게는 아침저녁으로 화와 복이 있네. 지네는 많은 발을 가졌으나 뱀이 다니는데 미치지 못하고 수탉은 두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갈까마귀가 나는 것을 앞지르지 못하네. 말은 천리 길을 달릴 수 있지만 사람이 타지 않으면 스스로 갈 수 없고 사람에게는 하늘을 찌르는 뜻이 있지만 운이 없으면 스스로 통할 수 없네. 들은 것으로 생각해 보건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부귀는 바랄 수 없고 빈천은 바꿀 수 없네. 문장이 하늘을 덮었지만 공자(孔子)는 진(陳)나라에서 곤란과 재액을 겪었고 군사전략에 발군이었지만 강태공(姜太公)은 위수에 낚싯대를 드리웠지. 안연(顏淵)은 수명이 짧았지만 남달리 흉악한 무리는 아니었고 도척(盜跖)은 오래 살았지만 어찌 선량한 무리였겠는가? 요(堯)임금은 총명하고 덕이 높았지만 오히려 불초한 자식(丹朱)을 낳았고 고수(瞽叟)는 어리석고 미련했지만 도리어 아주 효성스러운 아들(舜)을 낳았네. 장량(張良)은 원래 벼슬 없는 선비였고 소하(蕭何)는 작은 고을의 벼슬아치로 불렸지. 안자(晏子)는 오 척이 안 되는 키였지만 제(齊)나라의 재상에 봉해졌고 제갈공명(諸葛孔明)은 띳집에서 은거했지만 촉한(蜀漢)의 군사(軍師)가 되었네. 초패왕 항우(項羽)는 비록 영웅이었지만 오강(烏江)에서 패하여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고 한고조 유방(劉邦)은 미약했지만 마침내 중원 천하를 차지했네. 이광(李廣)은 활로 범을 쏘는 위의를 보였으나 늙어서도 봉작이 없었고 풍당(馮唐)은 비범한 재능을 지녔지만 한평생 불우하였네. 한신(韓信)은 아직 중용되지 못했을 때 하루 세끼도 먹지 못했지만 중용되기에 이르러서는 허리에 석 자나 되는 옥도장을 찼고 일단 때가 쇠하자 계략에 말려 죽었네, 처음에 빈곤하였으나 나중에 부유해지는가 하면 늙어서 건강한 반면 젊은데도 쇠약하기도 하지. 배에 문장이 가득해도 백발이 되어서도 의외로 급제하지 못하는가 하면 재주가 엉성하고 학문이 얕은데도 어린 나이에 급제하여 등과하기도 하네. 깊은 궁원에 있던 미인이 운이 다하여 도리어 기녀나 첩실이 되기도 하고 풍류를 일삼던 기방의 여인이 때가 오면 사대부의 부인이 되기도 하네.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오히려 어리석고 미련한 지아비를 구하고 지혜롭고 풍채 좋은 낭군이 도리어 거칠고 못생긴 여인과 짝하기도 하네. 교룡이 시운을 만나지 못하면 물고기나 새우들 사이에서 잠기고 군자도 때를 잃으면 소인 아래에서 두 손을 맞잡고 몸을 굽히네. 의복이 비록 해어져도 언제나 예의바른 몸가짐을 잃지 않으며 얼굴에는 걱정 어린 표정을 띠어도 매양 편안한 생각을 품네. 불우한 때를 만나면 그저 가난을 편안히 여기고 분수를 지키며 마음에 속임이 없으면 반드시 억눌림에서 벗어나 활개를 펴게 되지. 처음에 가난했더라도 군자는자연스럽게 뼈대를 생성하게 되고 갑자기 부자가 되었더라도 소인은 주리고 헐벗는 몸을 벗어날 수 없네. 하늘이 때를 얻지 못하면 해와 달에 빛이 없고 땅이 때를 얻지 못하면 초목이 나지 못하며 물이 때를 얻지 못하면 바람과 물결이 고르지 못하고 사람이 때를 얻지 못하면 좋은 운수가 통하지 못하네. 복록(福祿)에 뜻을 두어 도명(命)에 이미 안배되어 정해져 있나니 누가 부귀를 바라지 않겠는가? 사람이 타고난 팔자에 의지하지 않는다면 어찌 공경(公卿)이 되고 장상(將相)이 되겠는가? 내가 예전 낙양에서 우거할 때 아침에는 절에서 먹을 것을 구했고 저녁에는 허물어진 움에서 잠을 잤지 옷을 생각하면 그 몸을 가릴 수 없었고 먹을 것을 생각하면 굶주림을 구제하지 못했네. 윗사람은 나를 미워했고 아랫사람은 나를 싫어했으며 사람들은 내가 천하다고 말하면서 나 말고는 경멸하지 않았네. 오늘 조정에 있으면서 관직은 최고위직에 올랐고 지위는 삼공에 이르렀지 몸은 비록 한 사람에게만 굽히지만 뭇 사람들의 윗자리 반열의 직임에 있네. 백관들을 통솔하는 지휘봉을 지녔고 비루하고 인색함을 징계하는 칼을 가졌지 옷을 생각하면 천 상자의 비단이 있고 먹을 것을 생각하면 온갖 맛을 내는 진기한 음식이 있네. 밖으로 나가면 장사들이 수레의 채찍을 잡고 집으로 들어오면 미인이 술시중을 들지. 윗사람이 나를 총애하고 아랫사람이 나를 옹위하니 사람들은 나를 귀하다고 말하지만 나의 능력이 아니라네. 이것은 때(時)요, 운(運)이요, 명(命)이라 오호라 사람으로 태어나 세상을 살면서 부귀하다고 다 누릴 수 없고 빈천하다고 스스로 업신여길 수 없으니 기다릴지어다(聽). 천지가 순환하여 한 바퀴 돌아 다시 시작하기를 여몽정(呂蒙正/北宋), <파요부(破窯賦)>

 

- 呂蒙正은 북송(北宋) 때의 명재상으로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낮에는 거리에서 구걸하고, 밤이 되면 기와 굽는 가마(瓦窯)에서 잠을 잤다. 문장의 제목이 <破窯賦>가 된 것도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破窯賦>는 일명 <한요부(寒窯賦)>·<권세장(勸世章)>·<권세문(勸世文)>·<시운부(時運賦)> 등으로도 불린다. 呂蒙正 33세 되던 태평흥국(太平興國) 2(977)에 장원 급제한 뒤, 승승장구하여 십여 년 뒤인 988년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에 올랐다. 지위가 삼공(三公)의 반열에 이르러 부귀(富貴)를 누렸지만, 자신의 출세를 자랑하거나 뽐내지 않았다. 그는 인간사의 성쇠(盛衰)와 득실(得失) ·· 세 글자로 압축해 풀어냈다. 그는 당시 태자(훗날 眞宗황제)를 타이르고, 훈계(勸誡)하기 위해 <破窯賦>를 지었다. 실제로 광오(狂傲)했던 태자를 감동시켜, 겸허하고 근신한 사람으로 바꿔놓았다고 한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破窯賦>는 여러 판본(板本)이 있다.

* 다음블로그 청경우독 해수 경해에서 인용 수정함(2020. 12. 18)

 

* 현대 중국서화가 서영진 ( 徐永進 ) 의  < 여몽정 권세문 ( 呂蒙正 勸世文 )> (1994 年作 ,  紙本 , 69×33.5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