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晩對雪憶胡居士家(동만대설억호거사가)
-눈 내리는 겨울밤에 호거사네를 생각하다
王維(왕유)/당
寒更傳曉箭(한경전효전) 동틀 녘에 들려오는 물시계 소리 듣고
淸鏡覽衰顔(청경남쇠안) 잘 닦은 거울에 늙어가는 얼굴 비쳐보네
隔牖風驚竹(격유풍경죽) 창 너머 대숲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들려
開門雪滿山(개문설만산) 문을 여니 온 산 가득 하얀 눈이 쌓여 있네
灑空深巷靜(쇄공심항정) 눈송이가 내려오는 골목길은 조용하고
積素廣庭閑(적소광정한) 눈 쌓인 넓은 뜰은 소리 없이 고요하네
借問袁安舍(차문원안사) 그 옛날 원안의 집이 어떠했나 자문한 뒤
翛然尙閉關(소연상폐관) 문 닫은 채 손님 맞지 않았다고 자답하네
* 寒更(한경): 추운 겨울 밤을 가리킨다. 온정균溫庭筠은 「宿輝公精舍」란 시에서 ‘擁褐寒更徹, 心知覺路通(얇은 이불 끌어안고 밤을 지새지만 / 맘으로는 깨달음의 길과 통하네)’이라고 읊었다.
* 曉箭(효전): 새벽에 물시계에서 시각을 가리키는 화살 같이 생긴 지침을 가리킨다. 동틀 무렵을 가리키는 시어로 많이 사용한다. 설봉薛逢은 「元日樓前觀仗」이란 시에서 ‘千門曉色鎖寒梅, 五夜疏鐘曉箭催(문마다 새벽빛에 매화꽃이 깨어나고 / 동틀 무렵 종소리에 물시계 걸음 바빠지네)’라고 읊었다. ‘催唱曉’로 쓴 자료도 있다.
* 淸鏡(청경): 맑은 거울. 깨끗이 닦은 거울. 증공曾巩은 「西湖一月二十日」이란 시에서 ‘漾舟明湖上, 淸鏡照衰顔(물 맑은 호수에 배를 띄우고 / 거울 같은 물 속에 비친 얼굴 바라보네)’라고 읊었다.
* 衰眼(쇠안): 늙은 얼굴. 매요신梅堯臣은 「雪中廖宣城寄酒」이란 시에서 ‘任從六花壅船戶, 滿酌春色生衰顔(멋대로 퍼붓는 눈에 뱃길이 막혀 / 술을 마시니 늙은 얼굴에 봄빛이 돋네)’이라고 읊었다.
* 深巷(심항): 골목이 길고 깊은 것을 가리킨다. 육유陸游는 「臨安春雨初霽」란 시에서 ‘小樓一夜聽春雨, 深巷明朝賣杏花(누각에서 밤 새워 봄비 소리 들었으니 / 날 밝으면 골목마다 살구꽃들 피겠네)’라고 읊었다.
* 灑空(쇄공): 하늘 가득 눈이 내리는 것을 가리킨다.
* 積素(적소): 흰 눈이 쌓이다. ‘積雪’과 같다. 사혜련 謝惠連이 「雪賦」에서 ‘積素未亏, 白日朝鮮(눈이 쌓여 녹지 않아 날이 밝자 그 빛깔이 더욱 선명했다).’이라고 했다.
* 借問(차문): 앞에서 묻고 뒤에서 스스로 답을 하는 식으로 시문에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도잠陶潛은 「悲從弟仲德」이란 시에서 ‘借問爲誰悲, 懷人在九冥(누구 때문에 우는지 스스로 물어보니 / 가슴에 품은 이 저승에 있네)’이라고 읊었다.
* 翛然(소연): 아무런 걸림이 없는 모양을 가리킨다. 《장자莊子∙대종사大宗師》에서 ‘翛然而往, 翛然而來而已矣(걸림 없이 가고 걸림 없이 올 뿐이다).’라고 했다. 빠르게 달리는 모양을 가리키기도 한다.
* 袁安(원안): 동한東漢 때의 대신으로 귀족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바른 말을 아끼지 않았으며 타인은 물론 자신에 대해서도 엄격하였다. 품행에 절조가 있고 기품이 고상하여 사람들이 모두 그를 존경하였다.
* 閉關(폐관): 문을 닫고 손님을 맞지 않다. 세속의 일에 흔들리지 않고 지내는 것을 가리킨다.
* 위 시는 '왕소'(旺邵)의 작품이라는 일부 견해도 있다.
[출처] 왕유 - 동만대설억호거사가|작성자 들돌 네이버블로그 인용 수정(2016. 1. 28)
'14.명시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先涅庵(선열암)/김종직(조선)-명시 감상 928 (0) | 2021.01.09 |
---|---|
邊詞(변사)/장경충(당)-명시 감상 927 (0) | 2021.01.09 |
寒山圖(한산도)/회기원회(송)-명시 감상 925 (0) | 2021.01.08 |
瀑布(폭포)/남극관(조선)-명시 감상 924 (0) | 2021.01.08 |
采蓮曲(채련곡)/홍만종(조선)-명시 감상 923 (0) | 2021.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