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尋陸鴻漸不遇(심육홍점부우)/교연(당)-명시 감상 983

한상철 2021. 2. 2. 06:36

尋陸鴻漸不遇(심육홍점부우)

-육홍점을 찾아 가 못 만나고


   교연스님/당

移家雖帶郭(이가수대곽) 이사 간 집이 비록 성곽을 끼고 있으나

野徑入桑麻(야경입상마) 뽕과 삼나무 사이 오솔길을 지나야 하네
近種籬邊菊(근종리변국) 근래에 울타리 곁에 국화를 심었는데

秋來未著花(추래미저화) 가을이 와도 아직 꽃이 피지 않았네
扣門無犬吠(구문무견폐) 문을 두드리니 개 짖는 소리조차 없어

欲去問西家(욕거문서가) 가 버리려다가 옆집에 물어보았지
報到山中去(보도산중거) 이웃이 대답하는 말은 그가 산에 갔으니

歸來每日斜(구래매일사) 돌아오는 때는 늘 해가 진 후라네

* 교연(704~785); 당나라 선승(禪僧)이자 시인으로, 속성은 사(謝) 씨다. 이름은 주(晝) 또는 청주(淸晝)이며, 절강성(浙江省) 오흥현(吳興縣) 사람이다. 육조 때 진(晉)나라 시인 사령운(謝靈運, 385~433)의 10대손이라 한다. 차성(茶聖)은 육우(陸羽, 732?~804), 차선(茶仙)은 가도(賈島)와 친했든 노동(盧仝, 835~?)으로 치는데, 교연은 차불(茶佛)이라 칭한다.

* 유래와 감상; 1200년 전의 어느 화창한 가을 날 당나라 유명한 시인 교연(皎然) 스님은 차 한 잔 하려고, 지극한 친구인 육우(陸羽, 자는 鴻漸)를 찾아 갔다. 근간에 이사한 그의 집은 읍에서 멀지는 않았는데, 당도해 보니 울타리 밑에 심어놓은 국화는 아직 피지 않았고, 문을 두드리니 개도 짖지 않으며, 사람의 그림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웃에 물어 보니, "육우는 산에 갔는데, 늘 해가 져서야 돌아온다" 한다. 육우의 성품이 느긋하고 호방해 산과 물을 좋아하는지라, 필시 도 닦으러 다니렸다. 저녁에 만나서 따지고 물어보니, 웬 걸, "산에 수도하러 다닌 것이 아니라, 옥진관(玉眞觀)에 있는 젊은 여관(女冠, 여 도사) 이계란(李季蘭, 李治)을 만나러" 다녀왔던 것이다.

[출처] 여 도사의 한 스님에 대한 짝사랑 이야기|작성자 piaozongxi 에서 인용 수정함.(2017.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