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玉樓春(옥루춘)-詞/구양수(송)-명시 감상 2,145

한상철 2023. 3. 17. 18:57

玉樓春(옥루춘)- 其四

 

       구양수/송

尊前擬把歸期說(준전의파귀기설) 술잔을 앞에 두고 돌아갈 날 말하려 하였더니

欲語春容先慘咽(욕어춘용선참열) 듣기도 전에 고운 사람은 목이 메어 울먹이네

人生自是有情痴(인생자시유정치) 사는 게 본래 사랑하다가 바보가 되는 것이라서

此恨不關風與月(차한불관풍여월) 이 슬픔은 바람이나 달빛과는 상관이 없네

離歌且莫翻新闋(이가차막번신결) 새 노랫말에 쓰인 노래는 더 부르지 마시오

一曲能敎腸寸結(일곡능교장촌결) 한 곡만 들어도 애간장이 마디마디 녹는다오

直須看盡洛城花(직수간진락성화) 낙양성의 목단이 질 때까지 다 볼 수 있다면

始共春風容易別(시공춘풍용이별) 비로소 봄바람과 함께 쉽게 이별할 수 있어요 (번역 한상철)

 

▶ 玉樓春: 사패명詞牌名. 고형顧夐의 「玉樓春⋅拂水雙飛來去燕」을 정체로 하고 쌍조56자, 전후 각단 4구3측운을 쓴다. 쌍조56자, 전단 4구3측운 후단4구양측운 같은 변체도 있다. 귀조환령歸朝歡令, 정섬수呈纖手, 춘효곡春曉曲, 석춘용惜春容 등으로도 불린다. 

▶ 尊: ‘樽’과 같고 ‘준’으로 읽는다. 

▶ 春容: 봄바람처럼 화사하고 자태가 고운 여인을 가리킨다. 여기서는 이별하는 여인을 가리킨다. 

▶ 慘咽: 슬픔으로 목에 메어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을 가리킨다. 

▶ 翻新闋: 새 노래, 즉 옛 곡에 새 노랫말을 채운 것을 가리킨다. ‘闋’은 노래나 시의 편수를 세는 단위로 쓰인다. 백거이白居易는 「楊柳枝」란 시에서 ‘古歌舊曲君休聽, 聽取新翻楊柳枝(옛날 노래 오래된 곡 이제 그만 듣고 / 새 노랫말 바꿔 쓴 「양류지사」 들어보세)’라고 했다. ‘離歌’는 전별연에서 부르는 송별곡을 가리킨다. 

▶ 直須: 응당. 마땅히. ~한다면.

▶ 洛陽花: 모란牧丹을 가리킨다. 당송대唐宋代에 낙양에서 해마다 모란축제가 성대하게 벌어졌다. 구양수가 「洛陽牧丹記」에서 ‘洛陽之俗, 大抵好花, 春時, 城中無貴賤皆揷花, 雖負擔者亦然. 開花時, 士庶競爲遊遨(낙양 풍속에서는 대다수 사람들이 꽃을 좋아하여 봄이 되면 성중에 귀천을 가리지 않고 꽃을 심는데, 힘든 일로 생계를 꾸리는 이들까지도 예외가 없었고, 꽃이 피면 사대부와 백성들 모두 봄놀이를 나가 꽃을 감상하였다).’라고 했다. 

* 구양수가 낙양유수추관洛陽留守推官으로서의 임기를 마칠 무렵인 경우景祐 원년(1034) 봄, 전별연에서 석별의 정을 드러내 노랫말로 채운 것이다.

[출처] 구양수 - 옥루춘|작성자 들돌. 네이버블로그 인용 수정.(2020. 4. 30)

 

 

* 삼청동 한벽원 흑목단. 필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