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쉼터

품어도 반길 이 없어.. 조홍시가(早紅枾歌)/박인로(朴仁老)~옛 시조 감상

한상철 2013. 2. 11. 20:29

조홍시가

                                          박인로(1561~1642)

 

盤中(반중) 早紅(조홍)감이 고아도 보이나다.

柚子(유자) 안이라도 품엄즉도 하다마난

품어 가 반기리 업슬새 글노 설워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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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어로 풀어보기

쟁반에 담긴 조홍(早紅-일찍 익은 홍시)감이 고와도 보이는구나

유자(柚子-귤)는 아닐 진대 품은 즉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부모 없으니 그것을 설워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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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가 아래 '육적회귤'의 고사를 인용해, 지은 효행시조이다. * 출처; 경오년 판 노계가집(蘆溪歌集).

 

* 회귤(懷橘)은 '품속의 귤'이란 뜻이다.

대학자이자, 오나라 왕 손권의 참모를 지낸 바 있는 세칭 24 효자 중의 한 사람인, 육적(陸績)이 6 살 때 원술을 찾아뵙고저 했다.

원술(袁術)은 자기를 찾아온 어린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며 귤 한 쟁반을 내어와, 먹으라고 권유했다.

그런데 육적은 그 귤을 먹는둥 마는둥 하면서, 원술이 눈치채지 않게 품속에 3개를 슬며시 감춘 것이었다.

이윽고 시간이 지나 육적이 원술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일어서려다 그만, 품속의 감춘 귤 세 개를 떨어뜨렸다.

원술은 이상히 여기고 조심스레 그 연유를 물었다.

육랑은 손님으로 와서 어찌 귤을 품속에 넣었는가?

육적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사실은 어머님께서 귤을 좋아하시기에 갖다드리려고 그랬어요! 용서하십시요! 라고 말하였다.

원술은 이를 기특히 여겨 어린 육적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귤 한 상자를 선물로 보내주었다.

 

* 이 고사는 원나라 때에 곽거경(郭居敬)이 저술한 24명의 효행을 적은 이십사효(二十四孝)에 나와있는 내용이다.

이 고사에서 유래하여, '육적회귤(陸績懷橘)'은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성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된다.

 

* 흔히 선조 34년 9월 박인로가 평생 친구인 한음(寒陰) 이덕형(李德馨 1561~1613)의 뜻을 생각해 지었다는 고사를 인용하는데, 

시간상으로 좀 맞지 않는 해석이다.

 

* 동해 일출 사진은 필자가 가입한 다움 까페 '漢詩 속으로' 에서 전자우편으로 보내옴.(201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