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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죽전(竹田) 한상철 시인. 당시 건네 받았던 <선가(仙歌)-신선의 노래>라는 시조시집을 펼쳐보면서 그 내공과 출중한 솜씨에 크게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후 짧지 않은 세월이 흘러 시조집의 제목은 기억에 남았으나 시인의 모습과 이름은 시나브로 흐릿해졌다.
![]() 며칠 전. 한상철 시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이름을 잘 기억 못했지만, <선가>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랐고, 또 미안했다. 그리고는 무려 7년여 만에 한 시인을 다시 만나 한시(漢詩)집 <북창(北窓)>(도서출판 수서원)을 받았다. 7년 만에 온갖 병고를 이겨내면서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라는 설명과 함께.
“7년 전 <선가>를 잘 소개해주어 큰 도움을 받았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시한 한 시인과 반갑게 점심을 하며 안부를 주고받았다. 한시집을 펼쳐 몇 개의 시를 감상하니, 역시 달랐다. 시조뿐만이 아니라 한시의 세계에서도 그 기량이 경지에 올랐음이 단 몇 편의 한시에서도 물씬 풍긴다.
대구상고를 졸업하고 굴지의 은행에 은행원으로 입사해 지점장까지 역임한 금융인 출신이면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명산이란 명산은 거의 섭렵한 산악인이기도 하고, 타고난 문학적 감성으로 한시와 시조를 전문적으로 써온 문인이기도 한 한상철 시인이 건네 준 한시집 <북창>을 소개하는 기분이 상쾌하다. 책은 넘쳐나지만 양서는 갈수록 드물어지는 세태가 아닌가.
시집 한 권에 눈에 든 시가 대여섯 편만 있어도 훌륭하다는 것이 시단의 일반적인 평가이지만, 한 시인의 한시집 <북창>은 첫 편부터 마지막 편까지 마치 꽉 짜인 비단처럼 빛나지 않는 것이 없다.
시집 이름을 ‘북창’으로 한 연유부터 물었다.
“북창은 북쪽으로 창문이 있는 방, 곧 선비가 거처하는 곳을 뜻합니다. 일찍이 당의 거장 백거이는 그의 시 북창삼우(北窓三友)에서 거문고와 술, 시를 세 벗으로 삼았지요. 옛 선비는 한 가지 악기는 꼭 다뤘는데, (저는) 비재(非才)라 예악은 할 줄 모르고, 술만 즐기는 편입니다. 제목은 여기에서 따왔습니다.”
아이엠에프 당시 본의아니게 직장에서 나온 뒤, 울분을 삭이지 못해 무리한 산행(해와원정 산행까지)을 하다가 중병을 얻었다. 그는 모든 것이 마음을 비우지 못한 업보로 여겼다. 그런 가운데 전통적인 산악 평시조를 줄곧 써왔다. 2007년부터는 모든 산행을 그만두고 요가와 한방식 치료를 병행하며 심신에 쌓인 3독을 어느 정도 걸러냈다. 그 와중에 역농 남윤수 박사의 지도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한시의 세계로 입문했다. 틈틈이 지은 작품 81수가 이 책 <북창>에 실려 있다.
7년 전 시조집 <선가>를 펼쳤을 때, 기자는 “이게 시조야. 시조가 이럴 수도 있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3 4 3 4~’ 정도로 시조를 대했던 터라 한 시인의 놀라운 변주에 그만 말문이 막혔던 것이다. 그러고 나서 다시 그의 한시집을 펼쳐드는 순간은 마치 종교의식을 하듯 경건하다.
한시 ‘매마성휘(買麻星輝)’ 전문이다. 그 열매가 종을 닮은 때죽나무의 새하얀 꽃들이 마치 별무리처럼 단아하니 끝까지 기품을 잃지 않은 것이 한 시인의 시정을 자극했던 모양이다. 대부분의 낙화는 지저분한데, 때죽나무는 그렇지 않았고, 좀생이별을 많이 닮은 자태가 향기도 향기려니와 잎을 찧어 냇물에 풀면 고기가 잠시 취할 것 같은 시상을 한 폭의 수묵화로 그려낸 듯하다.
![]() 한시 가운데 요즘 시조계의 스타 시인 홍성란의 ‘편지’를 차운한 한시 ‘풍타롱혼(風打聾魂)’도 눈에 띤다.
倚窓爲寂夕 쓸쓸한 저녁을 위해 창에 기대니
이 한시를 짓고 한 시인은 스스로 자책한다. 억지로 한자를 꿰맞춘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런 자책에 기자는 선뜻 동의가 되지 않는다. 특정인의 작품을 차운한 시를 쓰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에.
내친 김에 선시(禪詩) ‘紅布欺牛-붉은 배로 소를 속임’한편을 감상해보자. 이 선시는 한상철 시인의 마음 세계가 얼마나 심원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시다.
紅布使迷牛 붉은 천은 소를 혼란에 빠뜨려
번뇌를 지혜의 칼인 반야의 검으로 죽여 열락을 얻기는 하였으나, 시인은 소를 ‘번뇌’의 의미만이 아닌 ‘진리’까지 함께 은유하는 시어로 착용했다. 그러니 번뇌를 반야로 죽여 열락을 얻었다고 자만하는 순간, 어째 늘 속고 사느냐는 마지막 연이 천둥 같은 할로 펄펄 살아나고 있음이다.
아, 81수를 다 소개할 수는 없고…. 이 여름, 한상철 시인의 한시집 <북창>으로 얼음우박 맞는 청량함을 맛보시기를 권한다. 112쪽, 1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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