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올레(피켈)에게 내 뜻을 이루게 해달라!
로제 뒤플라(Roger Duplat)/ 프랑스
그 어느날 내가 산에서 죽는다면 전하여주게! 오랜 산친구여!
어머니에겐 행복하게 죽었다고. 마음은 언제나 어머니와 함께 하였기에 아무 고통 없었다고
아버지에게 전하여주게. 사나이답게 죽었다고
아우에게 전하여주게. 이제 바통을 너에게 넘긴다고
다정한 아내에게 전하여주게. 내가 산에서 홀로 지내듯이, 내가 없어도 꿋꿋하게 살아가라고
자식들에겐 내가 오르던 고향 바위산에서 언젠가 나의 손톱자국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나의 친구 그대에게 부탁하네!
이 피켈이 치욕스럽게 썩는 걸 바라지 않으니, 전망 좋은 비탈에 가지고 가
오직 피켈만을 위한 조그만 케른(돌무지)을 쌓고, 그 위에 꽃아주게
빙하를 비추는 아침 햇살과, 능선 위 붉은 석양을 받아 자랑스런 나의 피켈이 빛나도록
친구여! 그대에게 전하는 해머를 받아주게. 그 선물로 화강암에 피톤을 박아주게.
암벽과 빙벽이 함께 울리는 그 소리는 나의 유해를 몸서리치게 할 것이네
아아! 친구여! 나는 그대와 늘 함께 있으리.
* 뒤플라의 비통한 유작시다. 그의 수첩에서 발견되었다고 전한다. 일본어로 '그 언젠가'로 번역되었다. 1951년 로제 뒤플라가 이끄는 프랑스 원정대는 난다데비(Nanda Devi 7,816m) 봉 제 2등정을 목표로 6월 29일 새벽, 그와 비네(Vignes)가 제 3캠프를 출발한다. 오후 2시 경 주봉과 동봉 간 3km를 횡단하고 정상부를 오르는 민첩한 모습을 보인 후, 두 사람은 안개 속으로 영원히 사라진다. 사람들은 이들이 난다데비 등정에 성공하고, 동봉과의 연결능선을 따라 하산하다 실족사 한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 산악인에게 피켈은 자랑스런 등산용구로 '등반가의 혼'이라 할 만큼 소중히 다룬다. 목숨을 내걸고 극한에 도전하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목숨과 모험정신'을 상징한다.
* 인도 가르왈 히말지역의 미봉 난다데비 원경. 사진은 다움까페 '이야기 뜨락'에서 인용.(2015.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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