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딸(Tal)과 바가르찹
고개 위 올라서면 탁 트인 회색 강물
길손 눈 사로잡은 산사태 난 매혹 산촌
싸락눈 귓불 때릴 제 숨도 죽인 발걸음
* 딸(1,700m); 평원에 있는 촌락이다. 줄곧 산에 꽉 막힌 답답한 협곡만 보고 걷다, 샤트레에서 가파른 고개를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인 이색 지대가 나타나는데, 티베트 풍의 강렬한 회색이 눈길을 끈다. 요즈음은 ‘딸’까지 차가 들어간다고 하니. 이제 히말라야도 신비스런 기운이 사라져 버렸다.
* 바가르찹(Bagarchap 표고 2,160m); 예전 여행자들이 가장 머물고 싶은 곳이다. 1995년 11월 대규모 산사태로 마을의 3/4이 매몰되었다. 현지인을 포함 여행자 20여명이 사상을 당했다. 마침 청승맞게 싸락눈이 내린다. 눈이나 잔돌이 많이 쌓인 급경사 비탈길을 휘돌아갈 때에는, 큰 소리를 내지 말고, 발걸음도 조심스레 내디디면서 조용히 걷는 게 상책이다.
* 졸저 『山情無限』 제49쪽. 네팔 24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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