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折檻行(절함행)/두보(당)-명시 감상 1,433

한상철 2021. 9. 3. 09:32

折檻行(절함행)

-난간이 부러짐을 읊다

 

     두보(杜甫/唐)

嗚呼房魏不復見(오호방위부부견) 아! 방현령과 위징은 다시 보이지 않고

秦王學士時難羡(진왕학사시난선) 진왕부의 열여덟 학사 부러워하기 어려운 때네

靑衿胄子困泥塗(청금주자곤니도) 유생과 황자는 진흙탕에서 시달리고

白馬將軍若雷電(백마장군약뢰전) 백마 탄 장군은 천둥번개처럼 기세등등하네

千載少似朱雲人(천재소사주운인) 천년 세월 간 주운 같은 사람 적으니

至今折檻空嶙峋(지금절함공린순) 지금 부러진 난간만이 부질없이 앙상하네

婁公不語宋公語(루공부어송공어) 누공은 말이 없고 송공은 한 말씀 남겼는데

尙憶先皇容直臣(상억선황용직신) 오히려 선황이 직신을 용인한 일을 떠올리네

 

- 房魏: 당태종(唐太宗) 때의 명신(名臣) 방현령(房玄齡)과 위징(魏徵)의 병칭(竝稱). 둘 다 하분문하(河汾門下)의 인물이었다. 河汾은 황하(黃河)와 분수(汾水) 사이(河汾之間)라는 뜻. ()나라 말기 학자인 왕통(王通)이 은둔하며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따라서 河汾門下 王通 門下를 일컫는 다른 표현이다. 그의 문하에는 1000명에 이르는 제자들이 수학했다고 한다. 그는 학인들을 선발할 때부터 자질과 인물됨을 꼼꼼히 살폈고, 교육도 엄격하게 실시했다. 그래서 그의 문하에서 수많은 인재들이 배출되었다. 상기의 房魏를 포함해 두여회(杜如晦)이정(李靖)설수(薛收)정지(程之)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훗날 太宗의 치세를 일컫는 정관지치(貞觀之治)의 주역을 담당하게 된다. 

- 秦王學士:  https://blog.daum.net/songchen/15713033 참조. 

- 靑衿: 청색 깃의 옷, 곧 유생(儒生)을 가리킨다. 시경(詩經)에 나오는 `靑靑子衿`(청청자금)에서 유래한 말이다. 

- 胄子: 제왕(帝王)의 맏아들(長子). 

- 泥涂: 질퍽질퍽한 길. 비천한 지위. 더럽다, 혼탁하다. 재난이나 불운을 비유. 

- 朱雲: 서한(西漢) 성제(成帝) 때의 대신. 당시 승상인 안창후(安昌侯) 장우(張禹)의 세도와 전횡이 극심했으나, 아무도 직언하는 이가 없었다. 이에 朱雲 張禹를 탄핵하는 글을 올려 "상방검(上方劍)을 빌려 영신(佞臣) 張禹를 베어야 한다"고 간언했다. 上方劍은 전권(全權)을 위임하면서 임금이 대신이나 장수에게 내려주는 칼. 황제는 크게 화를 내며 어사들로 하여금 그를 어전에서 끌어내라고 명했다. 이때 그는 난간을 붙잡고 버티면서까지 간언을 멈추지 않았는데, 결국 난간이 부러지고 말았다(折檻). 나중에 난간을 고치려 하니 成帝가 고치지 말라고 명하고, 직신(直臣)의 선행으로 칭송하고, 세상에 널리 드러내도록 했다(旌表)고 한다. 한서(漢書) <朱雲傳>에 관련 고사가 전한다. 

- 雷電: 천둥과 번개. 

- 嶙峋: (사람이)쇠약하고 여위어 뼈가 드러나다(瘦骨嶙峋). 사람됨이 굳세고 정직하다. (산의 바위 따위가) 겹겹이 우뚝하다. 

- 婁公: 나라 중종(中宗) 때 정승을 지낸 누사덕(婁師德). 대범하고 포용력이 커 주변 사람들의 비방이나 험담에도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적인걸(狄仁傑)이 자신을 비방하고 다니는 것을 알면서도 태연히 그를 추천했다. 나중에 狄仁傑 婁師德의 천거로 자신이 등용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도량과 인품에 감탄했다고 한다. 

- 宋公: 동한(東漢) 말기의 인물인 소가공(紹嘉公) 공안(孔安). "귀신은 교만(가득 참)한 자를 해치고, 하늘은 덕 있는 자를 돕는다(鬼神害盈 皇天輔德)." 그러므로 송공이 한마디 했다(宋公一言). "법성(法星)이 세 번 옮기므로(法星三徙) 은나라 왕이 스스로 머리털을 자르니(殷帝自翦) 천 리에 구름이 몰려왔소이다(千里來雲)." 남조(南朝) ()나라 유준(劉晙) 변명론(辯命論)에 나온다. 여기서 法星은 화성(火星)의 별칭으로 형혹성(熒惑星)이라고도 한다, 재화(災禍)나 병란(兵亂)의 징조를 보여주는 별로 인식되고 있다. 殷帝自翦과 관련해서는 추가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나라 개국 군주인 임금(成湯)이 즉위한 뒤 7년 동안 가뭄이 이어졌다. 이른바 칠년대한(七年大旱)이다. 왕은 재계(齋戒)한 뒤 머리털을 자르고(翦其髮) 손톱을 깎아(櫪其手) 스스로 희생(犧牲)이 되어 상림(桑林)에서, 여섯 가지 일을 가지고 스스로를 꾸짖었다. 이를 자책육사(自責六事) 또는 육사자책(六事自責)이라 한다. 그랬더니 천리에 구름이 모여들어 수천 리의 땅을 적셨다고 한다. 自翦과 관련한 또 다른 예화도 있다. 태종 때 황제가 신임하는 이적(李勣)이 병을 앓았다. 의원은 "수염을 태운 가루를 약재로 사용하면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태종이 자기의 수염을 잘라(自翦) 약으로 쓰게 했다. 병이 나은 뒤 李勣은 즉시 태종에게 머리에 피가 나도록 절을 하며 사죄했다고 한다. 

- 直臣: 육정신(六正臣)의 하나로 기질이 꿋꿋하고 마음이 곧은 신하. 참고로 六正臣 성신(誠臣) 양신(良臣) 정신(貞臣) 지신(智臣) 충신(忠信) 直臣.

* 다음블록그 청경우독 해수 경해에서 인용 수정(2021. 9. 3)

 

* 작가미상의 송대 ( 宋代 )  작품  < 주운절함도 ( 朱雲折檻圖 )> ( 設色絹本 , 133×76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