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書笑(서소)/김시습(조선)-명시 감상 1,791

한상철 2022. 5. 20. 05:29

書笑(서소) 二首  

-비웃는 글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조선

其一

板屋如轎小(판옥여교소) 판자 집은 작은 가마와 같고

矮窓闔不開(왜창합불개) 난쟁이 창문 문짝은 열리지 않네

階前鼯出沒(계전오출몰) 섬돌 앞엔 날다람쥐 출몰하고 

簷外鳥飛回(첨외조비회) 처마 밖에는 새들이 날며 돌아오네

 

蕎麥和皮擣(교맥화피도) 메밀과 보리를 합하여 찧어 벗기고

葑根帶葉檑(풍근대엽뢰) 순무 뿌리는 잎을 두른 무기같구나

和羹作餑飥(화갱작발탁) 보리떡 수제비 만들어 함께 끓여서

喫了笑咍咍(끽료소해해) 먹기를 마치고 비웃듯 즐기며 웃는구나

 

* 檑[뢰] : 무기 이름 뢰, 나무를 원기둥 모양으로 깍아 높은데서 밑으로 굴려서 적을 막음

 

其二
鼠竊翻陶器(서절번도기) 쥐들은 날듯이 질그릇을 훔쳐 가고

烏爭落板簷(오쟁락판첨) 까마귀는 다투다 판자 처마에 떨어지네

日長唯有睡(일장유유수) 해는 길어 오직 졸음만 있으니 

風靜可無簾(풍정가무렴) 가히 주렴을 무시하듯 바람은 고요하네

 

盤饌唯沈菜(반찬유심채) 소반의 반찬은 오직 오래된 나물에다

床排只海鹽(상배지해염) 다만 바닷물에 절인 걸로 음식상을 갖추네

莫思多重味(막사다중미) 더 좋은 맛을 삼가하여 생각치 말고

下筯太廉纖(하저태렴섬) 매우 검소하게 아끼며 젖가락을 내리네

 

* 梅月堂詩集卷之十四[매월당시집 14권]   詩○溟州日錄[시/ 명주일록]  1583년 간행본 인용.

* 다음블로그 돌지둥에서 인용 수정.(2015. 8. 4)

 

* 잘 익은 보리. 사진 다음카페 무궁화연대 sunpower 님 인용(2010.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