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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일선혹(曇日仙惑)/반산 한상철

한상철 2024. 4. 4. 08:10

담일선혹(曇日仙惑)-흐린 날은 신선도 홀린다.

나는 남보다 나은 게 아무 것도 없다. 설사 있다 한들, 잠깐 살다 가는 인생에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2024. 4. 3 (수) 흐리다. 날씨가 고르지 않아 몸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 오전은 고전을 찾고, 배워 마음을 다스린다.

* 병에 대처하는 시기는?

- 한비자(韓非子) 유로(喩老)편에 나오는 편작과 환후의 고사

扁鵲見蔡桓公(펀작견채환공), 立有間(입유간); 편작이 채환공을 보고, 잠시 서 있다 말했습니다.

扁鵲曰(편작왈): “君有疾在腠理(군유질재주리), 不治將恐深(불치장공심);” 편작이 말하길,

군후께서는 질병이 주리[땀구멍]에 있으니, 치료하지 않으면 깊어질까 염려됩니다.

桓侯曰(환후왈): “寡人無疾(과인무질);” 환후가 말하길, 과인은 질병이 없다.

扁鵲出(편작출); 편작이 나왔습니다.

桓侯曰(환후왈): “醫之好治不病以爲功(의지호치불병이위공); ” 환후가 말하길,

의사가 병이 안 든 사람의 치료를 좋아하여, 공으로 세우려고 한다.

居十日(거십일), 扁鵲復見曰(편작부견왈): 10일 뒤에, 편작이 다시 보고 말했습니다.

“君之病在肌膚(군지병재기부), 不治將益深(불치장익심);” 군후의 병이 기부[피부살결]에 있으니,

치료하지 않으면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桓侯又不應(환후우불응); 환후는 또한 반응치 않았다.

扁鵲出(편작출); 편작이 나갔다.

桓侯又不悅(환후우불열); 환후는 또한 기쁘지 않았다.

居十日(거십일), 扁鵲復見曰(편작부견왈): 10일이 되어, 편작이 다시 보고 말했습니다.

“君之病在腸胃(군지병재장위), 不治將益深(불치장익심);” 군후의 병이 위장에 있으니,

치료하지 않으면 장차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桓侯不應(환후불응): 환후는 반응치 않았다.

扁鵲出(편작출);편작은 나갔다.

桓侯又不悅(환후우블열): 환후가 또한 기쁘지 않았다.

居十日(거십일), 扁鵲望桓侯而還走(편작망환후이환주), 桓侯故使人問之(환후고사인문지);10일이 되어,

편작은 환후를 보고는 다시 달아나니, 환후가 그래서 사람을 시켜 묻게 했다.

扁鵲曰(편작왈): “疾在腠理(병재주리), 湯熨之所及也(탕위지소급야);편작이 말하길,

질병이 주리에 있으면 탕약과 다림질이 이르게 됩니다

在肌膚(재기부), 鍼石之所及也(침석지소급야); 병이 기부에 있으면, 침과 폄석이 이를 수 있습니다

在腸胃(재장위), 火齊之所及也(화제지소급야); 병이 위장에 있으면, 뜸불로 이를 수 있습니다.

在骨髓(재골수), 司命之所屬(사명지소속), 無奈何也(무내하야); 병이 골수에 있으면, 목숨을 맡은 소속이니,

어찌할 수 없습니다

今在骨髓(금재골수), 臣是以無請也(신시이무청야); ”지금 병이 골수에 있으므로, 신은 청할 것이 없습니다.

居五日(거오일), 桓侯體痛(환후체통), 使人索扁鵲(사인색편작), 已逃秦矣(이도진주); 5일이 되어 환후가 몸이 아파서, 사람을 시켜 편작을 찾게 하니, 이미 진나라로 도망쳤다.

桓侯遂死(환후수사); 환후는 드디어 죽었다.

"故良醫之治病也(고양의지치병야), 攻之於腠理(공지어주리); 그래서 좋은 의사가 병을 치료할 때, 주리에서 공격합니다.

此皆爭之於小者也(차개쟁지어소자야); 이는 모두 작은 것에서 다툼입니다.

夫事之禍福亦有腠理之地(부사지화복역유주리지지), 故曰聖人蚤從事焉(고왈성인조종사언);

무릇 일의 화복 또한 주리에 있으므로, 그래서 성인은 일찍 일을 따른다고 합니다."

* 역사적으로 맞지 않지만, 교훈으로는 좋은 글이다. 편작의 출현시기(b.c 407~)로 보아, 채(蔡)나라 환후(b.c 695 사망)라기보다, 제(齊)나라 두 환공 중, 후 환공(桓公-田午)으로 보인다. 중국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다.

* 병이란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조직과 국가, 나아가서는국제사회에도 있다. (한상철 주)

* 관련 자료 ; 휘질기의(諱疾忌醫); 병을 숨기고, 의사를 기피한다.(송 주돈이의 주자통서에서).

이를 두고 사람들은 평하기를, “세상만사와 만물은 모두가 무(無)에서 유(有)로, 소(小)에서 대(大)로 발전과정을 거치게 된다. 천리의 견고한 제방도 땅개미 굴로 붕괴되고, 백 척의 집칸도 작은 불로 내려앉는다. 작은 조짐이 보이더라도 용기 있게 마주하여,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큰 화를 면할 수 있다”라고 했다. 결점이나 실수를 만회하기가 참 쉽지 않다. 또한 그것을 스스로 찾아내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타인에 의해서 혹은 본인의 성찰로, 밝혀진 결점에 대해 이를 고치려 하지 않는 것이, 더욱 큰 병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적되거나 알게 되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보고, 제때에 개선시켜야 한다. 현재, 우리 스스로, 또 내가 속한 조직과 단체는 어떠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을까?.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하다. 만약 끊임없이 지적되는 무언가가 있다면,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이를 토의하고, 몇일 밤을 새워서라도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다시 물어본다. "나에게 결점이 없는가" (출처;조선족에게 길을 묻다. 2013..01.29)

* 이상 자료는 티스토리 죽전 문향 명문 감상 9(2014. 4. 22) 편작과 환후-한비자에서 인용해 재편집함.

 

상아각. 계산무진 가경지보(1796~1820). 병자(1816) 12월. 제작자 낙관이 있으나, 글씨가 아주 작아 판독 하기 어려움. 높이 13, 가로 5.8, 세로 4.8 cm. 필자 소장.
 
 
상아각 뒤. '편작과 환후' 글과 마지막 두 줄에는 이백의 명시 '산중문답'(산중답속인)이 실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