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四時讀書樂(사시독서락)/옹삼(송말원초)-명시 감상 2,336

한상철 2024. 4. 21. 08:14

四時讀書樂(사시독서락)

-네 계절 책 읽는 즐거움

옹삼(翁森)/송말원초

春(춘)

山光拂檻水繞廊(산광불함수요랑) 산빛이 난간을 떨쳐 물은 회랑을 둘러싸고

舞雩歸咏春風香(무우귀영춘풍향) 자연을 즐겨 읊으며 돌아오니 봄바람이 향기롭네

好鳥枝頭亦朋友(호조지두역붕우) 가지 끝 좋은 새 역시 벗들이오

落花水面皆文章(락화수면개문장) 꽃이 떨어진 수면도 모두가 문장이라네

蹉跎莫遣韶光老(차타막견소광로) 시기를 놓쳐 보내지 말게나 봄 경치가 늙어가니

人生唯有讀書好(인생유유독서호) 인생은 오로지 독서를 좋아함에 있을 지니라

讀書之樂樂何如(독서지락락하여) 책 읽는 즐거움은 그 낙이 어떠하기에

綠滿窓前草不除(록만창전초부제) 푸름이 가득한 창 앞의 풀을 베지 않는가

夏(하)

修竹壓檐桑四圍(수죽압첨상사위) 긴 대나무는 처마를 누르고 뽕나무는 사방을 둘렀는데

小齋幽敞明朱暉(소재유창명주휘) 작은 서재는 고요하고 높아 밝고 붉은 햇빛 비추네

晝長吟罷蟬鳴樹(주장음파선명수) 낮은 길어 시 읊기를 그만 두자 매미는 나무에서 울고

夜深燼落螢入幃(야심신락형입위) 밤 깊어 등불이 떨어지면 반디불이 휘장으로 들어오네

北窗高臥羲皇侶(북창고와희황려) 북창(서재)에 높이 누워 복희 황제(옛 적)와 짝하고

只因素諗讀書趣(지인소심독서취) 단지 소박하게 고한다면 독서가 취미라네

讀書之樂樂無窮(독서지락락무궁) 책 읽는 즐거움은 그 끝이 없기에

瑤琴一曲來薰風(요금일곡래훈풍) 옥거문고 한 곡 타니 따뜻한 바람 불어오네

秋(추)

昨夜前庭葉有聲(작야전정엽유성) 어젯밤 앞뜰에는 나무잎 소리 있고

籬豆花開蟋蟀鳴(리두화개실솔명) 울타리 콩꽃 피어 귀뚜라미 울어대네

不覺商意滿林薄(부각상의만림박) 깨닫지 못하네 가을 기운을 가득한 숲 엷어지고

蕭然萬籟涵虛清(소연만뢰함허청) 쓸쓸하랴 온갖 소리여 물에 비친 하늘은 맑네

近床賴有短檠在(근상뢰유단경재) 책상 가까이 의지한 짧은 등이 있으나

對此讀書功更倍(대차독서공갱배) 여기서 마주해 책 읽자니 힘(공)은 또 배가 든다네

讀書之樂樂陶陶(독서지락락도도) 책 읽는 즐거움은 그 화락함이라

起弄明月霜天高(기롱명월상천고) 일어나 밝은달 놀리니 서리 친 하늘은 높네

冬(동)

木落水盡千巖枯(목락수진천암고) 나뭇잎 지고 물 끊어져 여러 산이 메마르고

迥然吾亦見眞吾(형연오역견진오) 높고 먼 모습에 나 또한 참나를 보게 되네

坐對韋編燈動壁(좌대위편등동벽) 죽간(옛 책)과 마주 앉으니 등불은 벽으로 움직이고

高歌夜半雪壓廬(고가야반설압려) 높게 노래한 밤은 깊어가 눈은 오두막을 누르네

地爐茶鼎烹活火(지로차정팽활화) 땅 화로에 차솥 걸어 활활 타는 불로 끓이니

一淸足稱讀書者(일청족칭독서자) 온통 맑아 부르기가 족하네 독서하는 사람이라고

讀書之樂何處尋(독서지락하처심) 책 읽는 즐거움을 그 어디에서 찾으랴

數点梅花天地心(수점매화천지심) 몇 점의 매화는 천지의 마음이라네 (번역 한상철)

▶ 舞雩(무우): 노魯나라에서 기우제를 지내던 제단으로 지금의 곡부현曲阜縣 동쪽에 있다. 기우제를 지낼 때는 무녀들이 춤을 추었으므로 ‘舞雩’라고 하였다. ‘우雩’는 비를 구하는 기우제의 뜻을 가진 글자이다.

* 무우귀영'은 숙어(熟語)로 자연을 즐긴다는 뜻이다.(한상철 주)

▶ 蹉跎(차타): 시기를 놓치다. 미끄러져 넘어지다. 일을 이루지 못하고 나이를 더하다.

▶ 韶光(소광): 좋은 때. 봄을 가리킨다. 인생의 청춘기를 가리킨다.

▶ 修竹(수죽): 가늘고 긴 대나무. ‘新竹’으로 쓴 자료도 있다.

▶ 幽敞(유창): 고요하고 널찍하다.

▶ 暉(휘): 햇빛. ‘曦’로 쓴 자료도 있다.

▶ 諗(심): 알다.

▶ 瑤琴(요금): 옥으로 장식한 금琴

▶ 商意(상의): 가을기운

▶ 林薄(임박): 초목이 꽉 들어차 자라는 곳

▶ 蕭然(소연): 쓸쓸하다. 공적하다. 산뜻하다.

▶ 萬籟(만뢰):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소리

▶ 涵虛淸(함허청): 물에 비친 하늘이 맑고 깨끗함. ‘涵虛’는 물에 비친 하늘을 가리킨다. 맹호연은 자신의 시 「망동정호증장승상望洞庭湖贈張丞相」에서 “八月湖水平, 涵虛混太淸(팔월의 호수는 물 불어 평평하고, 하늘과 호수가 하나로 섞이네).”라고 읊었다.

▶ 短檠(단경): 작은 등

▶ 陶陶(도도): 즐거움. 매우 화락한 모양.

▶ 巖(암): ‘애崖’로 슨 자료도 있다.

▶ 迥然(형연): 높고 먼 모양. 멀다. 멀리 떨어지다.

▶ 韋編(위편): 고적古籍, 즉 옛 서적을 가리킨다. 종이를 사용하기 이전에는 가죽으로 만든 끈으로 죽간을 엮어 글을 썼다.

* 청대 문인인 번사 여악이 편찬한, 宋詩紀事 권 81에 이 詩가 실려 있다. 宋末元初의 시인이자, 교육자인 遺民 翁森(옹삼)이 지은 것으로 되어 있다. 흔히 朱熹(주희)의 시라고 한다.

* 참으로 잘 지은 시다. 역자는 작가의 시의(詩義)를 최대한 존중해, 과다한 의역(意譯)은 삼가하고, 본뜻에 가장 충실하도록 풀이했다.(한상철 주)

* 다음카페 목포에서 살며 생각하며 노신사 인용해 대폭 수정.(2023. 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