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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뢰투선(松籟偸禪)-선의 세계/반산 한상철

한상철 2024. 6. 28. 23:54

人風同樂間(인풍동락간) 사람(나)과 바람이 같이 즐기는 사이

雀子琢粟閒(작자탁속한) 새끼 참새가 한가히 조를 쪼고 있네(선어 대구, 한상철 작)

* 송뢰투선- 소나무숲 사이 부는 바람이 선(禪)의 경지를 훔친다...

* 지금 우리 사회는 정말 무섭다. 용서와 화해가 없다!

-길을 가는 아주머니 2인의 대화가 귓전을 스친다. A; "그 냥반은 땡전 10원치의 정도 없는 사람이야!". B; "아! 그 남정네! 인정머리라고는 손톱 만큼도 없어!"

* 등하불명(燈下不明)- 등잔 밑은 밝지 않는 법이다. 인생의 진짜 보석은 늘 자기와 가까이 있다. 부모, 처, 자녀, 지기(벗) 등이다.

2024. 6. 28(금). 맑고 무척 덥다. 심신이 편치 않다. 명상에 잠긴다. 작열하는 태양은 만물의 성장을 촉진하지만, 한편 고요의 세계(선)에 빠트리기도 한다. 16:00~창포원을 산책한다. 솔밭의 탁자 겸용 의자에, 누군가가 뿌려놓은 조를 새끼 참새 한 마리가 겁도 없이 쪼고 있다. 바로 앞에 사람이 앉아 있어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불관언(吾不關焉)! 나도 모바일로 SNS를 즐긴다. 서로가 삼매경(三昧境)에 빠졌는데, 바람이 솔솔 불어와 솔잎에 파도가 인다. 방해를 주지 않고, 사진 한 장을 찍는다.

* 졸작 한시 한 수

1-54. 雀子立頂(작자입정)-선시

-꼭대기에 선 참새 새끼

 

百潭礫塔多(백담력탑다); 백담계곡에 조약돌탑 많아라

積功則入定(적공즉입정); 공을 쌓음이 곧 선정에 드는 게지

禪師未到岸(선사미도안); 선사는 아직 피안에 도착치 않았는데

雀子已立頂(작자이립정); 참새 새끼는 이미 꼭대기에 서있네

 

* 압운; 定 頂

* 대; 入定 立頂 未 已

* 설악산 백담사의 명물인 조약돌탑무리 꼭대기에 선 한 마리의 새는 마치 뾰족한 돌같이 보인다.

* 돌탑 맨 위에 서서 꿈쩍도 않는 참새 새끼가 곧 선사 아닐까?

* 그러다가 혹 아이들 새총에 맞을라?

* 《도봉문학》 제14호 게재 2015년. 제10회 도봉문학상 수상작 4수 발췌.

* 졸저 한시집 『北窓』 제64면. 2015. 5. 30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내가 앉은 각탁자 위 새끼 참새 한 마리. 그도 삼매경에 빠졌다. 필자 촬영.(2024.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