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草書屛風(초서병풍)/한악(당)-명시 감상 2,392

한상철 2024. 9. 3. 17:07

草書屛風(초서병풍)

-초서로 쓴 병풍

      韓偓(한악)/당

何處一屛風(하처일병풍) 어느 곳에 하나의 병풍인가

分明懷素蹤(분명회소종) 분명히 희소의 자취이네

雖多塵色染(수다진색염) 비록 많은 먼지에 물 들었지만

猶見墨痕濃(유견묵흔농) 오히려 묵 흔적이 짙게 보이네

怪石奔秋澗(괴석분추간) 괴이한 돌이 가을 산골물을 달리 듯

寒藤掛古松(한등괘고송) 찬 등나무 넝굴이 늙은 솔에 걸렸네

若敎臨水畔(약교림수반) 만약 물가에 놓기라도 한다면

字字恐成龍(자자공성룡) 글자마다 용이 될까 두렵구나 (번역 한상철)

 

* 懷素[회소, 723/737-785?] : 속성은 錢氏[전씨], 자는 藏眞[장진]으로, 零陵[영릉,지금의 永州]사람. 일곱 살에 절에 들어갔다. 형편이 좋지 않아 종이를 구할 수 없기에, 바위나 목판위에 물로 글씨 연습을 하다가 절 뒤에 芭蕉[파초]를 심고, 그 넓은 잎에다 글씨 연습을 했다 함.

* 감상; 그 진귀하다는 회소의 초서 병풍을 우연히 접하게 된 '한악'은 흥분과 경이를 가누지 못한다. ‘먼지가 잔뜩 쌓이고 얼룩이 묻었어도', 대번에 회소의 필적임을 확신한 시인 역시 서예에 조예가 깊었던 셈이다. 글씨의 기세와 붓놀림을 ‘괴석의 낙하’ 혹은 ‘마른 등덩굴의 형상’으로 비유한 안목이 예사롭지 않다. 앞 시대 유명 서예가들이 글씨의 속도와 힘, 기세, 생명력 등을 강조하면서 쓴 비유를, 시인은 회소의 글씨에 적용했다. 물가에 내놓으면, ‘글자 하나하나가 용으로 변할까 걱정’이라는 시인의 흐뭇한 상상이 흥미롭다.(출처;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 티스토리 친구 돌지둥 인용 수정.( 2024.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