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랑하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거대한 수직 암벽 엘 케피탄(El Capitan)을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오른다!
재미(在美) 암벽 등반가 곽호균에 의하여 개척된 세계 최대의 까마득한 빅월(Big wall) 동남벽 세 마리 코스(황색및 적색 점선)를,
에어콘이 켜진 시원한 서울의 안방에서 즐기니, 어찌 불볕 더위가 무색하지 않겠는가?
수천 길 낭떠러지를 오르는 이 암벽등반가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며, 처절하게 고독과 싸운다!
또한 바위가 아니라, 자기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나는 이런 거대한 암벽은 어림도 없다!
지금 병마를 완전 퇴치하지 못한 주제에, 언감생심(焉敢生心) 암벽등반 자체의 꿈도 꿀 수 없다!
한 없이 무거운 암벽장비를 잔뜩 허리에 치렁치렁 매단 채 아찔한 수직바위를 오른 걸 보면, 내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한편 대신 올라준다는 시쳇말 대리만족(代理滿足)을 통해, 나는 오싹한 기운과 함께 무한한 쾌감(快感)을 느낀다.
암벽가여! 그대의 영혼은 이미 하늘에 맡겨졌다!
나는 지금도 바위에서 떨어지는 꿈을 꾼다! 식은 땀을 흘린다.. 깜짝깜짝 놀라 자다가 깨어나기도 한다!
암벽가여! 지옥은 없노라! 오직 천당만이 그대를 기다릴 뿐...
암벽가의 고독
한상철
죽음만 보여
바위는 내짝인데
적운(積雲)이 꾀네
* 季語; 적운(뭉게구름)- 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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