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조시인 한상철(68) 전 서울시산악연맹 이사가 자신의 다섯 번째 시조집이자 첫 번째 한시집 <북창(北窓)>을 펴냈다. 우리나라에서 산악인으로서는 최초로 낸 한시집이라 그 의미가 뜻 깊다.
“우리나라에서 한자를 쓰는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대중들은 한시를 어려워하고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되었지요. 이렇게 한시가 쇠퇴하고 있는 것을 보고 대중들에게 한시의 이해와 보급에 앞장서고자 이번 작품을 내게 됐습니다."
그가 한시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약 5년 전부터다. 젊은 시절부터 한시를 즐겨 읽기는 했으나 직접 지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한시를 배우고 쓰게 된 것은 산과 관련이 깊다.
그는 과거 은행지점장으로 승승장구하던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타의에 의해 직장을 그만 두었다. 거봉산악회 회장을 역임한 산꾼이기도 했던 그는 헛헛한 마음과 알 수 없는 배신감에 퇴직금을 모아 응어리를 풀어내듯 국내 명산과 백두대간, 킬리만자로와 히말라야 등 세계 곳곳의 산을 누비고 다녔다. 그 결과 마음의 병은 거의 고쳤으나 몸이 견뎌내지 못했다.
“냉풍이라는 병에 걸렸었어요. 해외의 추운 고산을 그렇게 무리해서 돌아다니고 한국에 들어와서도 몸을 돌보지 않고 산에 다니다 보니 몸에 탈이 난 거죠. 목과 팔, 다리 등이 마비됐죠.”
- 결국 한 전 이사는 2007년부터 산을 끊고 요가와 한방치료를 병행하며 몸을 치료했다. 그러는 동안 문학에 대한 열정이 더욱 끓어올랐다. 2001년 <산중문답(山中問答)>이라는 시조집을 시작으로 2002년에는 <산창(山窓)>, 2004년 <산정만리(山情萬里)>를 펴냈던 그는 병을 치료하던 2009년 네 번째 시조집 <仙歌-신선의 노래>를 펴냈다. 모두 산과 연관된 시조였다.
네 번째 시조집을 낸 후 그는 한시의 세계에 입문했다. 서울문화사학회의 같은 회원이자 한시연구가인 남윤수 전 강원대학교 교수로부터 지도를 받았다.
이번에 출간한 <북창(北窓)>은 전국 한시백일장 출품작을 포함해, 총 81수를 담았다. 이번 한시집에는 산이라는 국한된 주제보다는 자연과 벗을 삼는 도가적 자연주의 시상들을 담았다.
“한시는 자수율(字數律)과 선경후정(先景後情), 평측과 압운 등 일정한 작법이 있어 짓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절제 속의 자유’가 한시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전 이사는 한시들을 지을 때 규칙을 지키면서도 최대한 쉬운 한자를 쓰고 페이지마다 작품 밑에 압운과 시어의 의미를 설명했다. 책 말미에는 색인을 달아 좀더 편하게 한시를 읽을 수 있게 배려했다.
그는 ‘선비가 거처하는 곳’이라는 뜻이자 한시집의 제목인 <북창(北窓)>을 설명하며 당나라의 대시인을 언급했다.
“당나라의 대시인 백거이는 옆집 할머니가 자신의 시를 이해할 때까지 퇴고를 거듭했다고 합니다. 저 또한 그렇게 대중이 쉽게 읽을 수 있는 한시를 쓰고자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