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산정무한·산악시조 제4집(세계2)

19. 루자의 오이 품평

한상철 2016. 2. 3. 19:16

19. 루자의 오이 품평

-파한(破閑) Y담(談)

                           
함박눈 쏟아진 뜰 자매가 기른 오이
파과(破瓜)가 어떻거니 지레짐작 맛 품평
산신(山神) 왈(曰) 지명(知命) 인간아 언제 철이 들려노
 

 

* 루자(Luza)는 고교리 가는 길옆 동네이름이다(표고 4,360m). 야크 카르카(목장)가 많고, 초라체(6,440m)와 타보체 (6,367m)를 감상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고소증세가 심하게 오는데, 이곳부터 오늘의 숙박지인 마첼모까지 약 1시간 걸리나, 그날은 함박눈이 퍼부어 더 걸렸다. 나이 어린 자매가 부모를 대신해 롯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순진한 처녀이지만 이외로 눈치가 빠르고 예뻐 호감이 많이 갔다. 나이를 물어보니 우연하게도 16세, 14세라 한다. 마침 조그만 뜰에 눈을 덮어쓴, 아직 잔털이 가시지 않은 여린 오이가 눈에 띄기에, 고소 먹어 띵한 머리로 일행과 주책없이, 오이를 들먹이며 ‘와이당’(일본말)을 나누었다. 산신에게 핀잔을 들을 만하다...‘-체(-che)'란 네팔 말로 원래 언덕을 뜻하나, 산 이름에도 많이 붙이며, ’-리‘는 꼭대기를 의미한다.
* 파과; 과(瓜)자는 원래 오이를 뜻하나, 파자(破字)를 하면 팔(八)이 두 개로, 파과지년(破瓜之年)은 여자나이 16세(八+八) 또는 남자나이 64세(八×八) 세를 뜻한다. 여자는 이팔청춘 즉 초경을 거친 싱싱한 나이이고, 반대로 남자는 성욕을 끊어 조신할 나이이다. 네팔의 여자는 조숙해 보통 양칠(七+七), 즉 14세 쯤 초경을 치른다.

* 필자는 당시 지천명(知天命 혹은 지명)의 나인인  50대이다. 

* 당시 산벗 겸, 길을 안내한 호주가(好酒家)인 박철(朴喆, 동갑) 씨는 지병을 앓다, 불운하게도 2016.1월 타계했다. 소식을 늦게 들은 탓에, 문상을 하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2016. 2. 1 주석 수정)

'6.산정무한·산악시조 제4집(세계2)'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 초 라에서  (0) 2016.02.10
20. 포르체 텡가의 딸  (0) 2016.02.07
18. 고쿄 리 연가  (0) 2016.02.01
17. 아마다블람의 유혹  (0) 2016.01.31
16. 깔라파타르의 바보  (0) 2016.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