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무명봉을 취함
동공(瞳孔) 줌 당겼더니 출루 봉 코앞일세
아스란 야생나귀 흠칫하면 착시(錯視)겠지
포복한 설표(雪豹)를 잡고 태극기를 날렸지
* 안나푸르나 외원종주 중, 제9일차인 1999. 10. 16(토)이다. 표고 4,016m 지점 야크 카르카(Yak Kharka)에서 고소적응을 위해 하루 쉬다가, 무료해 무명봉 하나를 더 오르기로 했다. 출루 3연봉(Chulu West 6,419m, Central 6,250m, East 6,558m)의 앞 조그만 봉우리인데(돌무더기가 있고 눈표범처럼 생겼음), 현지 지도의 등고선(等高線) 상 약 5,000m로 계측(計測)되나, 나의 선토 고도계로는 4,650m로 나타난다. 우리는 왕복 4시간 소요되었으나, 현지인들은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이날의 등반 가이드인 ‘앙다와’의 휘파람 소리에, 잿빛 보호색을 띈 12마리의 야생 당나귀 떼가 잠시 놀라 멈칫하다, 금방 시야에서 사라지는 광경은 한동안 지울 수 없는 추억이 된다. 필자는 그간 여러 차례 국외등반을 했지만, 처음으로 태극기를 휘날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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