德川家康長子有意禪學求語再勤仍示之(덕천가강장자유의선학구어재근잉시지)-선시(깨달음)
-도쿠가와 장남에게 적어 보임
유정(惟政, 1544~1610)/조선
一太空間無盡藏(일태공간무진장) 텅빈 큰 공간 하나 가득 셀 수 없이 쌓였으니
的知無臭又無聲(적지무취우무성) 냄새 없고 소리 없음을 확실하게 알지어다
只今聽說何煩問(지금청설하번문) 지금에야 말 듣겠으나 번거롭게 묻지를 말게
雲在靑天水在甁(운재청천수재병) 구름은 푸른 하늘에 물은 병에 담겨 있다네 (번역 한상철)
무진장(無盡藏) ; 한없이 많이 있음. 써도 써도 줄어들줄 모르는 곳집.
적지(的知) ; 제대로 확실하게 알다.
무취무성(無臭無聲) ;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다. 도(道)를 비유하여 쓰는 표현.
하번문(何煩問) ; 어찌 이다지도 번거롭게 묻는가?
* 감상; 제목을 풀이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쓰의 큰 아들이 선학(禪學)에 뜻이 있어, 두 세 번 부지런히 가르침을 청하므로 이에 적어 보이다.’가 된다. 임진왜란 후 끌려간 포로를 데리러 일본으로 간 사명대사를 만난, 도쿠가와의 맏아들이 스님께 자꾸 불교의 가르침을 청했던 모양이다. “스님! 도는 무엇입니까? 어찌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런지요? 가르쳐 주십시오. 한 말씀 일깨워 주십시오.“ “무얼 그리 따져 묻는 게냐? 도란 본시 저 드넓은 우주에 편만(遍滿)해 있는 에너지 인 것을, 아무리 써도 줄어들지 않는 곳집과도 같은 것이다. 도는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지! 그렇다면, 이 도를 어디가서 찾을까? 굳이 찾고야 말겠다는 그 생각을 버려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렴! 푸른 하늘엔 흰 구름이 걸려있다. 고개를 숙여 물병을 보아라. 샘물은 또 그 안에 담겨있지 않느냐? 도란 이런 것이다. 깨달음이란 별 것이 아니다. 하늘에 뜬 구름이 도요, 물병속에 물이 깨달음이니라. 알겠느냐? 네가 내 말을 알아 듣겠느냐?“
* 유정(惟政); 본관은 풍천(豐川)이고, 속성은 임(任), 속명은 응규(應奎)이며, 자는 이환(離幻), 호는 사명당(泗溟堂 또는 四溟堂)·송운(松雲)·종봉(鍾峯), 시호는 자통홍제존자(慈通弘濟尊者)이다.
[출처] 깨달음 - 유정(惟政)|작성자 소암 네이버 블로그 이끼바우에서 인용 수정함.(2017.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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