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日藍田崔氏莊(구일남전최씨장)
-중양절 남전의 최씨 별장에서
杜甫(두보)/당
老去悲秋强自寬(노거비추강자관) 늙어감에 가을의 슬픔에 억지로 관대해지려
興來今日盡君歡(흥래금일진군환) 흥이 오른 오늘 그대와 실컷 마시고 즐기려네
羞將短髮還吹帽(수장단발환취모) 멋쩍은 장수의 짧은 머리에 모자가 바람에 날리자
笑情傍人爲正冠(소정방인위정관) 정겹게 웃으며 옆 사람에게 바로 씌워 달라 하네
藍水遠從千澗落(남수원정천간낙) 남수는 멀리 천 갈래 석간수가 떨어져 흘러오고
玉山高並兩峯寒(옥산고병양봉한) 옥산은 양 봉우리에 찬 기운이 어우러져 높아졌네
明年此會知誰健(명년차회지수건) 내년 이 모임에는 누구를 건강하게 다시 만날지
醉把茱萸仔細看(취파수유자세간) 취하여 수유 가지 잡고 곰곰이 살펴보느니
九日(구일) : 음력 9월9일 重陽節. 중국인들은 重陽節에 국화주를 마시며, 머리에 산수유나무 잔가지를 꽃아 동산에 올라 액을 물리치는 풍속이 있었음.
藍田(남전) : 지명. 지금의 陜西 長安 동남쪽에 있음.
强自寬(강자관) : 억지로라도 마음을 관대하게 가지려고 노력함. 고민이나 근심을 없애고자 함.
* 이 詩는 진서(晉書) 〈맹가전〉을 모태로 지었다. 孟嘉가 진나라 정서대장군 환온의 참군으로 있을 때 일이다. 환온이 중양절(9월 9일)에 용산(龍山)에서 모든 막료가 참가하는 큰 잔치를 열었다. 술잔이 오가고, 시흥(詩興)이 무르익어 좌중은 시를 짓고 읊는 시회(詩會)가 한창이었다.
이때 갑자기 바람이 일어 맹가의 冠帽가 땅에 떨어졌다. 그런데도 맹가는 관모가 떨어진 것도 모르고 계속 흥취에 젖어 있었다. 옛날 중국에서는 "군자는 죽을지언정 관모를 벗지 않는다"고 하여 관모가 벗겨지는 것을 수치로 여겼다. 그러니 맹가가 좌중의 조롱을 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잠시 후 맹가가 변소에 가고 없을 때, 환온은 당대의 문호 손성(孫盛)에게 맹가를 조롱하는 글을 짓게 하여 맹가의 자리에 두었다. 그럼에도 맹가는 전혀 개의치 않고 더욱 흥이 나서 호방하면서도 기품이 넘치는 명문으로 화답하니, 놀라 탄복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용산낙모'는 여기서 유래하였다.
* 다음카페 한시 속으로에서 인용 수정(2020.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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