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北登白頭絶頂(북등백두절정)/정란(조선)-명시 감상 1,006

한상철 2021. 2. 10. 15:37

北登白頭絶頂(북등백두절정)

-북쪽으로 백두산 꼭대기를 오르다

 

      정란(鄭瀾, 1725~1791)/조선

撑天長白鎭東溟(탱천장백진동명) 하늘을 찌른 장백산이 진을 쳐 동쪽은 어둑한데

一嘯凌虛頫八紘(일소릉허부팔굉) 휘파람 한번 부니 허공(하늘)도 세상에 숙인 듯하네

地自崑崙山起勢(지자곤륜산기세) 땅은 곤륜산으로부터 형세가 일어났고*

水應星宿海通靈(수응성수해통령) 물은 성수해에서 신령하게 통했으리*

彈丸域外三韓國(탄환역외삼한국) 화살을 쏠 바깥 영역은 삼한국(우리나라)인데

橫帶雲間萬里城(횡대운간만리성) 가로 지른 구름 사이는 만리에 성 뻗혀있네

擬拓幽荒窮極北(의척유황궁극북) 아득히 먼 거친 북쪽 끝을 개척하고 싶으나*

百年容我老書生(백년용아로서생) 백년 된 나같이 늙은 서생에게 용납할까* (번역 한상철)

 

* 정란(鄭瀾, 1725~1791); 호는 창해(滄海), 창해일사(滄海逸士)이다. 영조 즉위 1년 경상도 군위 출생으로, 남인 집안이다. 당대 권력가와 천재 화공들과의 교유했다. 20년 넘게 전국 명산을 답사했다. 55세 이후에 태백산(묘향산)을 거쳐, 백두산(불함산) 등산하고, 지달산(금강산)과 설악산을 주유한 후 한라산을 등반하다. 유산기(遊山記) 불후집(不朽集)을 남겼다. 요즘 말하자면, 조선 최초의 전문등산가인 셈이다. 조상들의 산행은 보통 노비들을 데려가거나, 혹은 가마 타고 잠시 둘러보거나, 아니면 입구에서 그냥 바라보면서 풍류(시회, 음악, 서화, 음주 등)를 즐기는 정도의 이른바, 유산(遊山) 개념이었다.(역자 주)

 

* 이경유의 창해시안(滄海詩眼)에는 아래 4구만 있다.

地自崑崙山起勢(지자곤륜산기세) 땅은 곤륜산에서 그 형세가 일어났고

水應星宿海通靈(수응성수해통령) 물은 성수해에서 신령하게 통했으리

誰拓幽荒千萬里(수척유황천만리) 누가 천만 리 황무지를 개척하였는가

世間容我一書生(세간용아일서생) 세상에 나 같은 일개 서생을 용납했나

 

* 출처; 네이버블로그 달이 비치는 방 낙서장 돌씨 (2020. 12. 11)에서 인용 수정함.

 

* 참 맑은 백두산과 천지. 사진 다음블로그 신경수 님 제공.(2019.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