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亭詩(란정시)
유온(庾蘊/東晉)
仰想虛舟說(앙상허주설) 우러러 빈 배 이야기를 되새기고
俯歎世上賓(부탄세상빈) 굽어보아 인간세상 손님됨을 탄식하네
朝榮雖云樂(조영수운락) 아침에 기운이 왕성해 즐겁다고 하지만
夕斃理自因(석폐리자인) 저녁에 죽으니 자기(自己) 원인의 이치인 것을
- 庾蘊: 동진(東晉) 때 광주자사(廣州刺史)를 지낸 관리이자 문인. 영화(永和) 9년(서기 353년) 절강(浙江)성 소흥(紹興) 난정(蘭亭)에서 열렸던, 42명 문인아사(文人雅士)들의 모임 난정수계(蘭亭修禊)의 일원이었다.
- 虛舟說: ≪장자(莊子)≫ <산목(山木)>편에 흥미로운 얘기기 나온다. 배로 강을 건널 때 다른 배가 다가와 부딪치면 화를 낸다. 그러나 그 배에 사람이 없다(虛舟)는 것을 알면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러므로 빈 배(虛舟)처럼 자기를 비우고, 세상을 유유자적하게 살 수 있다면 누구도 그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莊子≫ <열어구(列禦寇)>에도 비슷한 얘기가 실려 있다. "재주 있는 자는 수고롭고, 지식 있는 자는 걱정한다. 무능한 자는 구하는 것이 없어 배불리 먹고 마음껏 노닌다. 마치 매어있지 않은 배처럼 비우고 내키는 대로 노니는 사람이라"(巧者勞而知者憂 無能者無所求 飽食而敖遊 汎若不繫之舟 虛而敖遊者也).
- 世上賓: 인간. 세상에 잠시 왔다가(살다가) 가는 손님.
- 朝榮: 아침에는 기운이 왕성함. 일시적으로 번영함.
- 自因: 자기원인(自己原因). 재능이 뛰어나면 감추기 쉽지 않고 지식이 풍부하면 숨기기 어렵다. 재능이나 지식이라는 것은 워낙 예리한 송곳과 같아서 주머니 속에 넣어두어도 삐져나오기 십상이니 말이다. 굳이 감추거나 숨기지 않더라도, 공연히 지나치게 드러내어 세상을 소란케 하는 것은 보기 민망하고 딱하다. 교묘한 재주와 말솜씨를 과시해 견강부회(牽强附會)하다가, 마침내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면, 자신을 해치고 남도 괴롭히게 된다.
* 다음블로그 청경우독 해수 경해에서 인용 수정(2021. 5. 14)
* 북송 ( 北宋 ) 이공린 ( 李公麟 ) 의 < 난정아집원 ( 蘭亭雅集園 )> 수권 ( 手卷 ) ( 水墨紙本 , 26×29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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