覺老求詩(각로구시)
-늙어 깨달아 구한 시
이지의(李之儀/北宋)
江南江北久相望(강남강북구상망) 강남과 강북이 오래 서로 바라보면서도
常負靈山一炷香(상부령산일주향) 늘 영취산의 한줄기 향을 지고 있지
會上拈花雖未笑(회상념화수미소) 영산회상의 염화에 비록 웃지 못했지만
坐中持鉢頓生光(좌중지발돈생광) 좌중에서 바리때를 드니 문득 빛을 내는도다
投針技倆空諸有(투침기량공제유) 스승의 뜻에 계합하는 기량도 일체 부질없어
彈指莊嚴自一方(탄지장엄자일방) 일순간에 절로 한쪽 편을 엄숙하게 장식하네
何必湯池能離垢(하필탕지능리구) 하필 금성탕지라야 번뇌의 때를 여읠 수 있으랴
入門心地已淸凉(입문심지이청량) 불문에 들어서면 마음자리가 이미 청량한 것을
- 靈山: 붓다가 ≪법화경(法華經)≫을 설했던 영취산(靈鷲山).
- 一炷香: 한 줄기의 향, 한 다발(묶음)의 향.
- 會上: 붓다가 靈鷲山에서 ≪法華經)≫을 설하던 자리(靈山會上).
- 拈花笑: 염화미소(拈花微笑). 붓다가 靈山會上에서 대중에게 연꽃 한 송이를 들어보였는데 아무도 그 뜻을 몰랐으나 유독 마하가섭(摩訶迦葉)만이 그 뜻을 깨닫고 빙그레 웃었다. 이에 붓다가 "나에게 정법안장(正法眼藏) 열반묘심(涅槃妙心) 실상무상(實相無相) 미묘법문(微妙法門)이 있으니 이를 가섭에게 부촉하노라"고 했다. 이것이 삼처전심(三處傳心)의 하나인 유명한 `영산회상거염화`(靈山會上擧拈花)다. 三處傳心은 붓다가 세 곳에서 迦葉에서 심법을 전했다는 선종(禪宗)의 전승. 三處傳心을 시간 순으로 나열하면,
△다자탑전분반좌(多子塔前分半座) △靈山會上擧拈花 △니련하반곽시쌍부(泥連河畔槨示雙趺).
△ 多子塔前分半座: 붓다가 기원정사(祇園精舍) 多子塔 앞에서 설법하고 있을 때 摩訶迦葉이 뒤늦게 해진 옷을 입고 달려왔다붓다가 "잘 왔다 가섭이여"하면서 앉은 자리의 반을 나누어주며 앉으라고 하였다는 것.
△ 泥連河畔槨示雙趺: 붓다가 열반에 든 뒤 摩訶迦葉이 먼 곳으로부터 뒤늦게 이르니 붓다의 유체는 이미 입관된 뒤였다. 迦葉이 관 앞에서 슬피 울면서, "세존이시여 어찌 벌써 열반에 드셨나이까" 하고 호소하자, 붓다가 두 발을 관 밖으로 내놓으며 광명을 놓았다는 것이다. 泥連河畔槨示雙趺는 "泥連河 강변에서 두 발을 내밀어 보였다"는 것으로 달리 사라쌍수곽시쌍부(沙羅雙樹槨示雙趺)라고도 한다. 당시 붓다의 관이 사라수(沙羅樹, 無優樹) 여덟 그루가 쌍을 이뤄 마주서 있는 가운데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 持鉢: 바리때를 지니다. 탁발(托鉢)하다.
- 投針: 문하에 들어오는 제자가 스승의 뜻에 부합함. 가나제바(迦那提婆)가 처음 용수(龍樹)를 찾아가자 龍樹가 바리때(鉢盂)에 물을 담아서 보였다. 제바는 조용히 그 가운데 바늘을 던져 입문할 뜻을 나타냈는데 이것이 龍樹의 뜻에 계합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 諸有: 소유(所有), 일체(一切).
- 彈指: 손가락을 튕기는 정도의 아주 짧은 시간. 눈을 스무 번 깜박일 정도의 짧은 시간. 찰나(刹那)보다는 길고 `순식간`이라고 할 때의 순식(瞬息)보다는 짧은 시간.
- 莊嚴: 엄숙하고 위엄 있게 장식함.
- 湯池: 열탕이 솟는 못. 매우 견고한 성(金城湯池).
- 離垢: 번뇌의 때를 벗어나다.
* 다음블로그 청경우독 해수 경해에서 인용 수정.(2021. 11. 12)
* 청대 ( 淸代 ) 우지정 ( 禹之鼎 ) 의 < 염화설법도 ( 拈花說法圖 )> 경심 ( 鏡心 ) ( 絹本 , 54×8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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