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日齊山登高(구일제산등고)
-중양절에 제산에 오르다
杜牧(두목)/당
江涵秋影雁初飛(강함추영안초비) 하늘을 처음 나는 기러기는 가을 강에 비쳐져
與客携壺上翠微(여객휴호상취미) 손과 함께 술을 챙겨 푸른 산에 오르네
塵世難逢開口笑(진세난봉개구소) 팍팍한 속세의 삶 웃고 살기 어렵지만
菊花須插滿頭歸(국화수삽만두귀) 국화꽃 머리에 꽂고 크게 취해 돌아가리
但將酩酊酬佳節(단장명정수가절) 다만 마음껏 술 마시는 중양절 좋은 날에
不用登臨恨落暉(부용등림한락휘) 산에 올라 해가 진다고 한탄할 게 무엇인가
古往今來只如此(고왕금래지여차) 예로부터 지금까지 단지 생은 한 가지(여기)인데
牛山何必獨沾衣(우산하필독점의) 우산에 오른 경공은 어쩌자고 울었을까(눈물이 온통 옷에 젖을까) (번역 한상철)
* 九日(구일): 9월 9일 중양절重陽節을 말한다.
* 齊山(제산): 산 이름이다. 지금의 안휘성安徽省 지주시池州市 귀지구貴池區 남쪽에 있는데, 시인은 이때 지주池州로 좌천되어 있었다.
* 登高(등고): 음력 9월 9일, 단풍과 국화의 계절에 사람들이 높은 곳에 올라 하루를 즐기는 세시풍속
* 翠微(취미): 푸른빛이 감도는 산, 또는 그런 산의 깊은 곳을 가리킨다. 두목은 이백을 기리기 위해 회창會昌 4년(844), 제산 위에 정자를 세워 '취미정'이라 이름 붙이기도 했다.
* 塵世(진세) 구: 《장자莊子·도척편盜跖篇》에서 ‘人上壽百歲, 中壽八十, 下壽六十, 除病瘦死喪憂患, 其中開口而笑者, 一月之中, 不過四五日而已矣(사람은 오래 살아야 백 살이고, 웬만큼 살면 팔십, 그렇지 못하면 육십 년을 사는데, 아프고 죽고 우환이 드는 것을 빼고 나면 웃을 수 있는 날이란 게 한 달에 불과 네댓 날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라고 한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 菊花(국화)구: 중국에서는 중양절에 높은 곳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는 풍습이 있다.
* 酩酊(명정): 크게 취하다.
* 牛山(우산): 산이름. 지금은 산동성山東省 임치臨淄에 있다. 《안자춘추晏子春秋》에서 ‘景公游于牛山, 北臨其國城而流涕曰: 若何滂滂去此而死乎? 艾孔梁丘拒皆從而泣(경공이 우산을 유람하다가 북쪽의 국성에 이르더니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이처럼 광활한 나라를 두고 어찌 죽는단 말인가? 애공과 양구거가 함께 따라 울었다)’이라고 하였다.
* 감상; 이 작품은 당무종唐武宗 회창會昌 5년(845), 두목이 지주자사池州刺史로 있을 때 지은 것이다. 작품 속 ‘客’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장호張祜(792?~853?)라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두목보다 연장이고 명망가 출신이었다. 목종穆宗 때 그의 시재를 알아본, 영호초令狐楚가 추천하는 표를 올렸으나, 원진元稹(779~831)의 배척으로 벼슬길로 나아가는 꿈을 이루지 못했고, 징벽徵辟으로 몇 차례 지방관이 되었으나,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집안이 좋아 사람들에게 장공자張公子로 불렸고, 시적 성취도 상당하여 해내명사海內名士로 불릴 정도였으니, 지방관을 보좌하는 일이 그의 성에 찰 리 없었을 것이다. 두목이 장호를 만나 제산에 오른 때가 어느 시점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시적 분위기로 보아, 만년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만큼, 장호가 야인으로 살고 있는 것에 대한 두목의 감정이, 비단 연민 하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 네이버 블로그 물처럼 구름처럼 바람처럼 깃털처럼에서 인용 수정.(2012.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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