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사진

영우상춘(迎雨賞春)/반산 한상철

한상철 2024. 4. 15. 17:23

혜풍사단화(惠風謝丹華)-봄바람은 목단꽃을 떨어트리고

감우최신록(甘雨催新綠)-단비는 새로운 푸름을 재촉하네

2024. 4. 15(월). 아침부터 반가운 봄비가 촉촉히 내린다. 곡우를 앞둔 시점이라, 식물의 생육을 촉진하는 고마운 비다. 꽃을 떨어트리고, 대신 푸른 엽세(葉勢)를 확장시키는, 대자연의 오묘한 질서이다. 친구들이 "오후에 바둑 두러 시내로 나오라"는 전갈(카톡)이 있으나, "승부란 부질 없다"라 여겨, 가지 않고 정관(靜觀)한다.

아직도 주위는 나를 가르치고, 주입시키려 든다. 죽은 듯이 지내자니, 속이 답답하다. 특히 교수, 교사 출신들이 더 심하다. 소생을 아직도 학생 쯤으로 여기는가 보다? ㅋㅋ 한편, 고맙기도 하지만, "제발 겸손하라! 강호에는 그대들보다, 고수가 수두룩하다!" 어찌 보면, 직업의식의 발로(發露)라, 탓할 일이 아닌 듯하다...

* 예전에는 90살 된 부모가 70살 먹은 아들 보고, 직접 말로 "횡단보도 조심해 건너라" 이야기 한다. 지극한 자식 사랑의 표현이었다. 지금은 거꾸로 매일 카톡을 통해, 딸이 아버지 더러 "길 건널 때, 차 조심하십시오" 라고, 주의를 준다. 이유는 혹시나 하는 부모의 '치매'를 걱정해서이다. 의당 정겨운 말이긴 하나, 이 역시 듣는 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껄끄럽기는 매 한가지다. 세상이 그 만큼 변했다는 뜻이다. 각설.

* 영우상춘-비를 맞이하고, 봄을 감상하다.

* 졸작 선시조 한 수

11. 춘풍줄탁(春風啐啄)

-산목련 만개

청류(淸流)에 기댄 함박 휘어진 손가락들

겨우내 품었던 알 봄바람이 콕콕 쪼자

문조(文鳥)떼 날아오른 뒤 빈 껍질만 수북이

* 함박꽃은 원래 작약(芍藥-초본)의 우리말이나, 산목련(山木蓮-목본)을 지칭하기도 한다. 계류 변에 자란 탓으로 생육조건상 잔가지들이 많고 꾸불꾸불하다. 목련과 꽃모양이 조금 다르며, 꽃술은 붉고 향과 색이 더 뛰어나다. 봄바람이 불 때 우수수 떨어지는 걸 보면, 알에서 갓 깨어난 부리가 빨간 흰 문조가 무리지어 날아오르는 모습이다. 떨어진 꽃의 껍질도 운치 있다. 천녀화(天女花), 소화목란(小花木蘭), 대산연화(大山蓮花), 심산연화(深山蓮花)라고도 한다. 불교에서는 용화수(龍花樹)라고 부른다. 꽃봉오리를 신이(辛夷)라고 하여, 약으로 쓴다. 이 이름은 약간 매운 맛이 난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콧병에는 최고의 약으로 알려져 있다. , 뿌리, 나무껍질, 잎 등을 모두 약으로 쓴다. 신이는 꽃봉오리가 맺힌 것을 따, 불로 말려서 쓴다. 꽃이 완전히 핀 것과, 시들어 떨어진 것은 효과가 적다. 현재 북한의 국화(國花)이다.

* 줄탁(啐啄); 닭이 알을 깔 때에, 껍질 속에서 병아리의 우는 소리를 ()’,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이라 한다. 이 두 가지 일이 동시에 행하여져야 한다는 뜻으로, ’놓쳐서는 안 될 좋은 시기를 비유. 선가(禪家)에서, 두 사람의 대화가 상응하는 일.

* 2016. 4. 26 부제를 달고, 주해 일부수정. 2017. 6. 19 보완.

* ()문학 제5(2019)《붓다의 꽃》 선시 5수 추가.

* 졸저 제4시조집 『仙歌』(선가-신선의 노래) 26. 2009. 7. 30 발행. ㈜도서출판 삶과꿈.

 

비에 젖은 백목단. 한신아파트 계단 옆. 인근 레몬마트에서, 잔챙이 병어 회거리(@12,000원)와, 청주 수복백화 한 병 사오면서 찍다. 2024. 4. 15 오후. 보슬비 내리는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