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利洲南渡(이주남도)/온정균(당)-명시 감상 2,411

한상철 2024. 10. 17. 08:17

利洲南渡(이주남도)

-이주에서 남으로 건너가며

    溫庭筠(온정균)/당

澹然空水對斜暉(담연공수대사휘) 넘실대는 드넓은 물에 비낀 석양 마주하고

曲島蒼茫接翠微(곡도창망접취미) 구불한 섬은 아득히 먼 산 푸른 기운과 이어지네

波上馬嘶看棹去(파상마시간도거) 물결 위 말 울음소리에 노 저어 가는 것을 보고

柳邊人歇待船歸(류변인헐대선귀) 버들 가의 사람들은 쉬면서 배 돌아오기 기다리네

數叢沙草群鷗散(수총사초군구산) 몇 포기 모래톱 풀에 갈매기 떼 흩어지고

萬頃江田一鷺飛(만경강전일로비) 그 넓은 강가 논은 한 마리 해오라기 날아드네

誰解乘舟尋范蠡(수해승주심범려) 누가 알리오 배를 타고 범려를 찾아가

五湖煙水獨忘機(오호연수독망기) 오호의 안개 낀 물에서 홀로 공 다툼을 잊음을 (번역 한상철)

利州南渡(이주남도) : ‘利州(이주)’는 당(唐)나라 때 산남도(山南道)에 속했다. 주치(州治)가 지금의 사천성(四川省) 광원현(廣元縣)에 있었으며, 남쪽으로 가릉강(嘉陵江)과 접해 있다. 따라서 ‘南渡(남도)’는 남쪽으로 이 가릉강을 건너는 것이다.

澹然(담연) : 물결이 잔잔하게 넘실거리는 아득한 모양을 말한다.

曲島蒼茫接翠微(곡도창망접취미) : ‘曲島(곡도)’는 강 가운데 구불구불한 만을 지닌 작은 섬을 말하고, ‘蒼茫(창망)’은 물안개가 피어오른 아득한 모양으로 여기서는 저녁 빛을 뜻한다. ‘翠微(취미)’는 산허리를 지칭하기도 하고, 산이 푸른 기운을 띤 것 즉 이내를 말하기도 한다.

翠微(취미) : 산의 중턱. 먼 산에 엷게 낀 푸른 기운.

○ 范蠡(범려) : 춘추(春秋)시대 초(楚)나라 사람으로, 자는 소백(少伯)이다. 월왕(越王) 구천(句踐)을 도와 오왕(吳王) 부차(夫差)를 패망시켜 회계(會稽)의 치욕을 씻게 한 뒤, 이름을 바꾸고 미인인 서시(西施)와 함께 오호(五湖)에 배를 띄워 해도(海島)로 들어가 은둔하였다. 뒤에 제(齊)나라에서 크게 재물을 모아 큰 부자가 되고, 스스로 도주공(陶朱公)이라고 하였다.

五湖(오호) : 강소성(江蘇省)의 태호(太湖)를 가리킨다.

忘機(망기) : 기심(機心)을 잊는다, 즉 속세의 공명을 다투는 마음을 잊었음을 말한다.

[通釋] 넘실대는 잔잔한 강물에 석양이 비치고, 저녁 빛에 안개가 피어오르니, 구불구불한 작은 섬은 먼 산의 이내와 이어진 듯 보인다. 배에 싣고 가는 말들이 울고, 배는 노를 저어 가는데, 강가의 사람들은 버들 그늘 아래에서 쉬면서 배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배가 지나가자 모래톱 풀에 모여 있던 갈매기 떼는 놀라서 날아가고, 저 멀리 강가의 드넓은 밭에는 해오라기 한 마리가 날아든다. 배를 타고 범려를 찾아가, 안개 자욱한 오호(五湖) 위에서. 나 홀로 기심을 잊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원문출처> 利洲南渡/ 作者:溫庭筠 本作品收錄於:《唐詩三百首》 / 維基文庫,自由的圖書館.

* 네이버블로그 안분지족 인용 수정.(2022.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