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古意呈補闕喬知之(고의정보궐교지지)/심전기(당)-명시 감상 2,413

한상철 2024. 10. 21. 17:18

古意呈補闕喬知之(고의정보궐교지지)/古意(고의)/獨不見(독부견)

-옛 뜻을 보궐 교지지에게 드림

       沈全期(심전기)/당

盧家少婦鬱金堂(노가소부울금당) 노가 네 어린 아낙은 울금향 가득한 방인데

海燕雙棲玳瑁梁(해연쌍서대모량) 바다제비 한 쌍이 깃든 화려한 서까래이네

九月寒砧催木葉(구월한침최목엽) 구월의 차가운 다듬이 소리는 낙엽을 재촉하고

十年征戍憶遼陽(십년정수억료양) 십 년 넘게 수자리 지키는 요양을 생각하네

白狼河北音書斷(백랑하북음서단) 백랑하 북쪽은 편지 소식이 끊겼고

丹鳳城南秋夜長(단봉성남추야장) 단봉성 남쪽에는 가을밤이 길기만 하네

誰謂含愁獨不見(수위함수독부견) 무엇 때문에 수심 머금고 홀로 만나지 못하는지

更教明月照流黃(갱교명월조류황) 다시금 밝은 달만 누런 휘장을 비추네 (번역 한상철)

古意呈補闕喬知之(고의정보궐교지지) : 이 시제(詩題)는 악부고제(樂府古題) ‘獨不見(독부견)’을 차운한 것이어서, ‘古意(고의)’라는 제목이 붙었다. 많은 판본이 ‘獨不見(독부견)’이란 제목을 쓰기도 한다. 송(宋)나라 곽무천(郭茂倩)의 ≪樂府詩集(악부시집)≫에 “〈獨不見(독부견)〉은 그리워하면서도, 만나지 못함을 마음 아파하는 시이다.[獨不見 傷思而不見也]”라고 하였다. ‘補闕(보궐)’은 풍간(諷諫)을 맡은 관리를 말한다. ‘喬知之(교지지)’는 武則天(무측천) 때 우보궐(右補闕)이었다.

盧家少婦鬱金堂(노가소부울금당) : ‘堂’이 ‘香’으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노가소부(盧家少婦)는 원래 막수(莫愁)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이후로 젊은 아낙을 가리키는 대명사처럼 쓰인다. 막수(莫愁)가 미인이기도 해서, 규방의 아름다운 여자라는 의미도 자연스레 포함돼 있다. ‘鬱金堂(울금당)’은 울금이라는 향료(香料)를 섞어 벽에 칠해 실내에 향내가 나도록 한 방을 말한다.​

※ 莫愁湖(막수호) : 남제(南齊) 때 낙양[(洛陽] 출신의 소녀 막수(莫愁)가 멀리 강동(江東) 지방의 노씨(盧氏) 집안으로 출가하여, 호수 가에 거주하였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라고 전한다.

海燕雙棲玳瑁梁(해연쌍서대모량) : ‘海燕(해연)’은 제비 종류로 월연(越燕)이라고도 한다. 봄에 북쪽으로 날아와 인가에 둥지를 틀고 산다. ‘雙棲(쌍서)’는 혼자 있는 노가소부(盧家少婦)와 대조가 되는 구절이다. ‘玳瑁(대모)’는 바다에서 나는 것으로 바다거북과 비슷하게 생겼다. 껍질[甲]에 아름답고 화려한 무늬가 있으며 윤기가 나는데다 가볍고 견고해 장식품으로 쓴다. ‘玳瑁梁(대모량)’은 대모로 장식한 서까래 혹은. 대모처럼 화려하게 장식한 서까래를 말한다. 장식이 화려함을 형용한다. 첫 구는 시집 오기 전 모습을, 둘 째 구는 시집와 단란하게 지내던 때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 遼陽(요양) : 요동(遼東) 지역으로 지금의 요녕성(遼寧省) 지역을 말한다. 당나라 때 요주(遼州)를 설치했는데, 그 치소(治所)가 요양(遼陽)으로, 군사들이 주둔했다. 당시 동북 지역의 전략적 요충지였다.

白狼河北(백랑하북) : 요양(遼陽) 일대를 가리킨다. ‘白狼河(백랑하)’는 지금은 대릉하(大凌河)라고 하는데, 요녕성(遼寧省) 남쪽으로 흐른다.

丹鳳城南(단봉성남) : ‘丹鳳城(단봉성)’은 장안(長安)을 가리킨다. ≪列仙傳(열선전)≫에 따르면, 진(秦) 목공(穆公)의 딸 농옥(弄玉)은 그녀의 남편을 따라 퉁소를 배웠는데, 불면 함양성(咸陽城) 위로 봉황(鳳凰)이 날아 내려왔다고 한다. 이후로 서울[京城]을 가리켜 단봉성(丹鳳城) 혹은. 봉성(鳳城)이라 불렀다. ‘城南(성남)’이라 한 것은, 당시 장안의 궁궐은 북쪽에 있고, 남쪽은 주택 지역인 연유이다.

更敎明月照流黃(갱교명월조류황) : ‘更敎(갱교)’가 ‘使妾(사첩)’으로, ‘照’가 ‘對’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使妾明月對流黃(사첩명월대류황)’으로 보면 ‘제가 밝은 달에 〈잠 못 이루고〉 유황(流黃)을 마주하고 있게 하네요.’ 정도로 풀 수 있겠다. ‘流黃(유황)’은 황자색(黃紫色)으로 물들인 비단을 말하는데, 방 안의 휘장을 말하는 것으로 보기도 하고, 다듬이질 하든 옷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誰謂(수위) : 원시는 ‘誰爲’이나, 모기령의 인용에서, ‘誰謂’로 착오가 생긴 듯하다. 모기령의 인용을 그대로 따르기로 한다.

* 수사법이 화려한 참 어려운 시다. 하지만 뜻은 아주 심오하다.(한상철 주)

[通釋] 향기 가득한 방에 가만히 앉아 있는, 아름답고 아직은 어린 아낙. 옛날에는 화려하게 장식한 서까래에 둥지 틀고 살던 제비 한 쌍처럼 낭군과 둘이 잘살았건만, 지금은 혼자 남았다. 9월 가을이 되어 찬바람이 불면서 나뭇잎 떨어지길 재촉하고, 차가운 다듬이 소리가 바람 따라 들려온다. 수자리로 살러 떠나 10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이 있는 북쪽 요양을 생각한다. 백랑하 흐르는 땅의 북쪽, 서방님 계신 곳에는 소식마저 끊겼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장안 남쪽의 집 가운데에는 잠 못 이루고, 가을밤을 새는 젊은 아낙이 있다. 깊은 시름에 잠기게 하고 또 혼자 밤을 지새며, 서방님을 만나보지 못하게 하는 건 무엇일까. 더욱더 괴로움에 잠기게 하는 밝은 달만 젊은 아낙이 있는 방의 휘장을 무심하게 비출 뿐이다.

<원문출처>古意呈補闕喬知之 / 作者:沈佺期 全唐詩·卷096 古意,獨不見 本作品收錄於:《唐詩三百首》獨不見 維基文庫,自由的圖書館.

* 네이버 블로그 안분지족 인용 수정.(2022.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