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宮詞(궁사)/설봉(당)-명시 감상 2,412

한상철 2024. 10. 19. 09:41

宮詞(궁사)

-궁녀의 노래

       薛逢(설봉)/당

十二樓中盡曉妝(십이루중진효장) 십이루 안에서 새벽 단장을 마치고

望仙樓上望君王(망선루상망군왕) 망선루 위로 올라 임금을 바라보네

鎖銜金獸連環冷(쇄함금수련환랭) 궁문은 굳게 잠겨 있어 문고리는 차갑고

水滴銅龍晝漏長(수적동룡주루장) 동룡에 떨어지는 물방울은 낮이라 길게 새네

雲髻罷梳還對鏡(운계파소환대경) 구름 같은 머리를 빗질해 돌아와 거울을 보며

羅衣欲換更添香(라의욕환갱첨향) 비단옷을 갈아 입으려고 다시 향수를 뿌리네

遙窺正殿簾開處(요규정전렴개처) 정전의 주렴 걷힌 곳을 멀리서 훔쳐 보니

袍袴宮人掃御床(포고궁인소어삼) 짧은 옷의 궁녀들만 왕의 침상을 소제하네(번역 한상철)​

역주1> 宮詞(궁사) : 당대(唐代)에 성행했던 시체(詩體)로, 내용 가운데 궁정의 생활이나 비빈(妃嬪)·궁녀(宮女)의 애환과 정회를 다룬 것들이 많다.

역주2> 薛逢(설봉) : 생몰년은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자(字)는 도신(陶臣)으로 포주(蒲州:지금의 산서성(山西省) 영제현(永濟縣)) 사람이다. 무종(武宗) 회창(會昌) 원년(元年:841)에 진사를 하였고, 시어사(侍御史)·상서랑(尙書郞)·파주자사(巴州刺史) 등을 지내다가, 비서감(秘書監)으로 천직(遷職)되었다. 시집 10권이 있으며, ≪唐才子傳(당재자전)≫에 소전(小傳)이 전한다.

역주3> 十二樓(십이루) : 본래는 선인(仙人)이 거처하는 곳이지만, 여기서는 후궁이 거주하는 곳을 뜻한다.

역주4> 曉妝(효장) : 이른 새벽부터 머리를 빗고 단장하는 것을 말한다.

역주5> 望仙樓(망선루) : 당나라 궁중에 있던 누대 이름으로, 당 무종(武宗) 회창(會昌) 5년(845)에 세워졌다.

역주6> 鎖銜金獸連環冷(쇄함군수련환냉) : ‘鎖銜(쇄함)’은 궁문(宮門)이 굳게 잠겨 있음을 뜻한다. ‘金獸連環(금수련환)’은 짐승의 머리 모양을 새긴 동(銅)으로 된 문고리이다. ‘冷(랭)’은 중의적(重意的)인 의미를 내포한다. 한편은 문고리가 차갑다는 뜻이고, 또 한편으로는 후궁의 마음을 뜻한다.

역주7> 銅龍(동룡) : 용 모양이 새겨져 있는 궁중의 물시계이다.

역주8> 雲髻(운계) : 구름같이 올린 머리를 뜻한다.

역주9> 罷梳(파류) : 빗질을 다 마쳤다는 뜻이다.

역주10> 袍袴宮人掃御床(포고궁인소어상) : ‘袍袴宮人(포고궁인)’은 짧은 옷을 입은 궁녀들을 말한다. ‘御床(어상)’은 황제의 침상이다.

[通釋] 십이루(十二樓)에서 기거하는 비빈(妃嬪)들은 모두 새벽부터 몸단장을 하고 망선루에 올라가, 군왕이 이곳으로 행차하기만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궁문의 굳게 잠긴 문고리는 차갑기만 하여 마음이 시리다. 용 모양으로 된 구리 물시계에 물방울 떨어지는 것이 낮에는 더디게만 느껴진다. 그녀들은 머리를 곱게 빗어 올리고도, 다시 한 번 거울을 보며 매무새를 다듬는다. 비단옷을 깨끗이 갈아 입고, 옷에 향을 쐰 고개를 들어 멀리 군왕이 머무는 정전(正殿)을 바라본다. 주렴은 이미 걷혀져 있는데, 짧은 옷을 입은 궁녀들이 침상을 정리하고 있는 것만 눈에 들어온다.

* 수사법(修辭法)이 현란하다(한상철 주)

* <원문출처> 宮詞/ 作者:薛逢/ 本作品收錄於:《唐詩三百首》 / 維基文庫,自由的圖書館.

* 네이버 블로그 안분지족 인용 수정.(2022.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