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旅夜書懷(여야서회)/두보/당~나는 외로운-명시 감상 35

한상철 2012. 7. 18. 09:54

旅夜書悔(여야서회)

- 여행하는 밤에 느낌을 쓰다


                                   두보/당

細草微風岸 (세초미풍안) 가느다란 풀 미풍이 이는 둔치

危檣獨夜舟 (위장독야주) 돛대는 높을시고  외로운 밤배

星垂平野闊 (성수평야활) 별 드리워 벌판은 더 넓은데

月湧大江流 (월용대강류) 달이 솟아도 장강은 흘러가리

名豈文章著 (명기문장저) 이름을 어찌 문장으로 드러내겠는가

官因老病休 (관인노병후) 늙고 병들어 벼슬을 그만두었네

飄飄何所似 (표표하소사) 정처 없이 떠도는 모습 무엇과 같을까

天地一沙鷗 (천지일사구) 천지 간 모래 위 홀로 노닌 갈매기려니

 

書懷(서회) : 회포(생각)을 적다, 檣(장) : 돛대, 危檣(위장) : 높다란 돛대, 垂(수) : 드리우다, 闊(활) : 넓다(트이다), 湧(용) : 샘솟다, 나타나다, 著(저) : 드러나다(저명하다), 休(휴) : 쉬다(그만두다), 飄剽(표표) : 바람에 나부끼는 모양, 何所(하소) : 어디(무엇), 似(사) : 같다, 沙鷗(사구) : 모래 위에 노니는 갈매기. 

* 두보(712-770)의 일생 중 비교적 평온했던 성도(成都) 생활도 5년여 만에 끝난다. 후원자였던 절도사 엄무(嚴武)가 죽자, 더는 의지할 데가 없어진 두보는 가족을 배에 싣고 성도를 떠난다. 그의 나이 54세였다. 도도히 흐르는 장강과 연안의 장대하고도 아름다운 경치를 보자, 자신의 오랜 떠돌이 생활이 떠오르면서 처지가 더욱 서글퍼진다. 강가에 정박해 놓은 배 안에서 좀처럼 잠은 오지 않고, 혼자 밤을 지새운다. 넓은 벌판 까마득한 지평선까지 온통 뒤덮은 별이 총총한 밤하늘! 유유히 흐르는 장강 물결 위에 넘실대는 달빛! 이 가슴 벅차오르는 경치를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하고, 지금의 형편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한 마리 갈매기 같다"는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된다. 

* 두보는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小陵), 과거에 낙방하고 나서, 30대 중반까지 방랑생활을 보내며 이백, 고적 등과 교제한다.44세때 안록산의 난을 겪으면서, 숙종때 좌습유(左拾遺)에 임명되었으나, 벼슬살이가 순탄치 않아 좌천되는 등, 고난에 찬 일생을 보냈다.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59세에 상강(湘江)의 배안에서 병사했다.

이백과 쌍벽을 이루며, 시성(詩聖)이라 일컬어진다. 

* 해설은 다움까페 '한시 속으로' 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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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시는 작년 가을, 남윤수 박사( 전 강원대 교수)가 강의한 두보의 명시 중 하나이다. 그는 지금 와병 중이다. 쾌유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