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書歌行(초서가행)
-초서를 노래함
李白(이백)/당
少年上人號懷素 (소년상인호회소) 젊은 스님 법명을 회소라고 하는데
草書天下稱獨步 (초서천하칭독보) 갈겨 쓰는 초서가 천하제일이라네
墨池飛出北溟魚 (묵지비출북명어) 붓과 벼루 씻은 못은 큰 고기가 뛰놀고
筆鋒殺盡中山兎 (필봉살진중산토) 붓털 위해 산중 토끼 많이도 죽었다지
八月九月天氣涼 (팔월구월천기량) 더운 여름 다 지난 서늘한 날에
酒徒詞客滿高堂 (주도사객만고당) 술꾼과 문인들 큰 집 가득 모였는데
牋麻素絹排數廂 (전마소견배수상) 좋은 종이 흰 비단 방마다 펼쳐있고
宣州石硯墨色光 (선주석연묵색광) 선주산 돌벼루에 먹물 가득 갈려있네
吾師醉後倚繩牀 (오사취후의승상) 우리 스님 술에 취해 호상에 몸 기댄 채
須臾掃盡數千張 (수유소진수천장) 순식간에 몇 천 장 써버리는데 (10)
飄風驟雨驚颯颯 (표풍취우경삽삽) 폭풍 일듯 소나기 내리듯 소리 놀랍고
落花飛雪何茫茫 (낙화비설하망망) 꽃 지고 눈 날리듯 아득하여라
起來向壁不停手 (기래향벽부정수) 일어나서 벽 위에 쉼 없이 손 놀리니
一行數字大如斗 (일행수자대여두) 한 줄에 네댓 자요 글자마다 큼직한데
怳怳如聞神鬼驚 (황황여문신귀경) 귀신들 놀라는 소리 들리는 것 같고
時時只見龍蛇走 (시시지견용사주) 보이는 건 내달리는 용의 모습이네
左盤右蹙如驚電 (좌반우척여경전) 넙적해졌다가 가늘어지는 건 순식간이고
狀同楚漢相攻戰 (상동초한상공전) 모양새가 한나라와 초나라 싸우는 것 같네
湖南七郡凡幾家 (호남칠군범기가) 호남의 일곱 군 몇 집인지 모르지만
家家屛障書題遍 (가가병장서제변) 집집마다 병풍 글씨 없는 집이 없네 (20)
王逸少 張伯英 (왕일소 장백영) 왕희지와 장지처럼 글씨 잘 쓴다면서
古來幾許浪得名 (고래기허낭득명)지금까지 방자하게 이름 얻은 이 몇이던가
張顚老死不足數 (장전노사부족수) 늙어 세상 떠난 장욱은 셀 필요도 없지만
我師此義不師古 (아사차의불사고) 스님 글씨 옛사람 법 따른 것이 아니라네
古來萬事貴天生 (고래만사귀천생) 예로부터 귀한 것은 하늘이 낸다 하였는데
何必要公孫大娘渾脫舞 (하필요공손대낭혼탈무) 무엇 때문에 공손대랑 넋 빼는 춤 필요하리 (26)
* 獨步(독보): 비교가 되지 않다. 유일하다.
* 墨池(묵지): 벼루. 붓과 벼루를 씻은 연못.
* 北溟(북명): 북쪽에 있는 바다. ‘北冥’으로도 쓴다. 《장자莊子》 소요유편逍遙游篇에서 ‘北冥有魚, 其名爲鯤, 鯤之大不知其幾千也(북쪽 바다에 고기가 있어 이름을 곤이라고 하는데, 그 크기가 몇 천 리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라고 했다.
* 中山(중산): 산중山中
* 牋麻素絹(전마소견): 종이와 흰 비단. 왕기王琦는 주를 달아 ‘牋麻皆紙也(牋과 麻는 모두 종이이다)’라고 했다.
* 廂(상): 본채 옆에 붙어있던 곁채
* 繩牀(승상): 좌구坐具. 등받이가 있는 의자. 호상胡床, 교상交床, 교의交椅라고도 한다.
* 怳怳(황황): 정신이 없는 모양. 불안해하는 모양. 미친 듯한 모양.
* 左盤右蹙如驚電(좌반우척여경전): 왼쪽은 넙적하고 오른쪽은 줄어든 모양으로 재빠르게 붓을 놀리는 것을 가리킨다. 흔히 용사비동龍蛇飛動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驚電’번개가 번쩍하듯 신속한 것을 가리킨다.
* 湖南七郡(호남칠군): 동한東漢 때 형주荊州는 남양군南陽郡, 남군南郡, 강하군江夏郡, 영릉군零陵郡, 계양군桂陽郡, 무릉군武陵郡, 장사군長沙郡 등 일곱 개의 군으로 되어있었는데, 동한 말엽에 남양군과 남군을 나누어 양양군襄陽郡과 장릉군章陵郡 두 곳을 늘림으로써 나중에는 형양구군荊襄九郡이라 부르게 되었다.
* 屛障(병장): 병풍屛風
* 王逸少(왕일소): 동진東晉의 서법가 왕희지王羲之를 가리킨다. 그의 자가 일소逸少였다.
* 張伯英(장백영): 동한東漢의 서법가 장지張芝를 가리킨다. 그의 자가 백영伯英이었다.
* 張顚(장전): 당조唐朝의 서법가 장욱張旭을 가리킨다. 초서를 잘 썼는데 술에 취하면 미친 사람 같은 태도를 보여 사람들이 ‘장전張顚’이라고 불렀다.
* 公孫大娘(공손대랑) 구: 당조唐朝 개원開元 연간(713~741)에 교방敎坊에서 활약한 유명한 무기舞妓로, 그녀가 추는 검무를 사람들이 혼탈무渾脫舞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 숙종肅宗 건원乾元 2년(759), 이백李白은 무협에서 사면을 받아 야랑夜郞에서 배를 타고 강릉江陵으로 돌아가는 중에 동정호 일대를 돌아보다가 소문을 듣고 찾아온 회소懷素를 만났다. 스물두 살 젊은 승려 회소는 이백에게 시 한 수를 청했고, 이백은 그 자리에서 바로 청년명필 회소를 찬양하는 시를 한 편 지어주었다. 아침부터 난분분 눈 내리는 것을 보고, 누군가 방 안에 묵향 가득할 때까지 먹물 갈아놓은 뒤, 먹물 흠뻑 적신 붓으로 맘속에 담아둔 글 한 구절 힘차게 써 내려간 사람이 있을 법도 하다.
* 네이버블로그 물처럼 구름처럼 바람처럼 깃털처럼에서 인용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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