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시 감상

茶杖(차장)/성취(명말청초)-명시 감상 1,230

한상철 2021. 5. 21. 10:53

茶杖(차장)

- 치나무 지팡이 

 

     성취(成鷲/明末淸初)

欲展旗槍心已枯(욕전기창심이고) 녹차를 펼쳐 보이려도 마음은 이미 시들해

烏藤白拂笑區區(오등백불소구구) 등나무 지팡이와 흰 불자를 구차하다 비웃네

自從識得趙州老(자종식득조주로) 조주화상 그 늙은이를 알고 나서

與奪方知辨有無(여탈방지변유무) 줌과 빼앗음이 유무논변임을 비로소 알았네

 

 -旗槍: 절강(浙江)성에서 생산되는 녹차. 깃발 달린 창. 기치(旗幟)와 창검(槍劍). 

- 烏藤: 등나무 지팡이. 

- 白拂: 흰 소나 말의 꼬리털을 묶어 자루 끝에 매단 장식품. 주로 설법할 때 손에 지니는 불자(拂子)불진(佛塵)으로 사용되었다. 

- 區區: 떳떳하지 못하고 구차(苟且). 제각기 다름. 작고 용렬(庸劣). 

- 自從: 이래(부터). 스스로 따름(복종함). - 趙州老: ()나라 말기의 선사 조주종심(趙州從諗). 

- 與奪: 줌과 빼앗음. 주는 일과 빼앗는 일. 與奪 대신에 종탈(縱奪), 살활(殺活) 등의 표현을 쓰기도 한다. 趙州선사가 어느 날 암자를 방문하여 "있느냐, 있느냐"하고 물었다. 이에 암주(庵主)가 주먹을 내밀었다. 선사는 "능히 주기도 하고 능히 빼앗기도 하며, 능히 죽이기도 하고 능히 살리기도 한다"(能縱能奪能殺能活)고 말한 뒤 예배(禮拜)하고 발길을 돌렸다. 

- 辨有無: 유무논변(有無論辨)유무지변(有無之辨). 위진(魏晉)시대에  의 관계(貴賤本末)를 놓고 벌였던 논쟁. 위진현학(魏晉玄學), 특히 조위(曹魏) 정시(正始)년간에 출현한 정시현학(正始玄學)의 중심 개념은 무()였다. 천재학자 왕필(王弼) "는 근본적인 본체이고,  의 섭리가 밖으로 표출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훗날 그의 이러한 논지에 대해 반대파인 배위(裵頠)는 귀무론(貴無論)이라며 반발했고, 하후현(夏侯玄)은 본무론(本無論)이라며 저항했다. 그러나 王弼의 주장에 완적(阮籍)과 하안(何晏) 등이 동조하면서 이른바 貴無論·本無論은 위진현학의 핵심 이론이 되었다. 貴無論 "말로는 그 뜻을 다하지 못한다" `언부진의`(言不盡意)의 논리도 파생시켰다 언어와 문자로는 그 정신이나 사상을 완전하게 표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일찍이 공자는 "글은 말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말은 뜻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書不盡言 言不盡意)고 했다. 아무튼 위진현학이 주창했던 貴無論·本無論은 지나치게 사변(思辨)으로 흘러 허무주의를 낳았고 현실에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불가피하게 제기되었다. 배위(裵頠) <숭유론(崇有論)>을 내세워 그 선두에 섰다. 그는 "萬有를 벗어나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란 없다"면서 만유(萬有)의 개별적 조화존재(調和存在)로서의 야말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구양건(毆陽建) 言不盡意를 부정하는 언진의론(言盡意論)을 지어 貴無論의 귀무천유(貴無賤有; 는 귀하고 는 천하다) 관점에 맞섰다.

* 다음블로그 청경우독 해수 경해에서 인용 수정(2021. 5. 21)

 

 * 명말청초 ( 明末淸初 )  은원융기 ( 隱元隆琦 ) 의  < 불진화찬 ( 佛塵畵讚 )> ( 水墨紙本 , 69.5×34cm)